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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박 전 시장이 시민단체 보호막 쳐놨다”…팩트체크 해보니

등록 2021-09-17 09:07수정 2021-09-17 13:01

‘시민단체 다단계·ATM’ 이어 공세
“전임시장 대못 탓 시정 어렵다”지만
중앙정부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됐거나
‘시장 권한’으로 개정 가능한 내용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현황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현황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시민단체 위탁, 민관 협치 사업을 두고 “시민단체 다단계” “시민단체 에이티엠(ATM·현금인출기)”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지 사흘 만에 “(박원순)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들 때문에 시정조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독설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 시장이 언급한 ‘대못’ 사례들은 중앙정부 가이드라인에도 있는 내용이거나, 시장의 권한으로 시정할 수 있는 사안들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16일 오전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발표’ 브리핑을 열어 “잘못된 것을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도록 조례, 지침, 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지침’을 두고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같은 해에는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규정”이 있다며 “종합성과평가와 감사는 목적과 내용, 방법이 모두 다르다”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지침은 시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조례와 달리 시장 권한으로 개정할 수 있다. 또한 오 시장이 문제 삼은 마을, 협치,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등 9개 분야 위탁사업(59건)뿐만 아니라, 잠실야구장 같은 서울시가 위탁한 시설관리 등 400여건 사무에도 적용되는 지침이다.

오 시장은 민간위탁 지침 때문에 “문제가 있는 수탁기관을 새로운 단체로 바꿔도 새로 위탁받은 단체는 기존 단체 직원 대부분을 떠안아야 한다”며 “사업권을 박탈당해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 이런 특권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수탁업체 교체로 인한 고용 불안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2012년 최초 제정), 민간위탁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2019년)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특히 서울시 지침과 중앙정부 가이드라인 모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 승계”하라고 돼 있어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있다면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데도 오 시장은 불가능한 것처럼 주장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220여개 위원회에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며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보조금 단체를 선정하는 위원회까지 시민단체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자기편, 자기 식구를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겨났다”는 주장도 했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포함된 220여개 위원회가 모두 수탁기관·보조금단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수탁기관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민간위탁 계약을 할 때마다 적격자를 선정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되는 조직일 뿐이다. 서울정보소통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 위원 298명에는 시민단체 출신보다 교수, 연구자,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이 훨씬 많다. 더욱이 ‘서울시 각종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는 위원의 이해충돌 등이 우려될 경우 제척·기피·회피하게 하고, 회피 대상인데도 하지 않으면 해촉도 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면 되는데, 전임 시장 시절 박아놓은 ‘대못’이라며 정치적 공격을 하고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도 “일부 수탁기관들은 피 같은 시민의 세금을 아끼기는커녕, 오히려 세금을 쓰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고 있었다”며 시민단체 비난을 이어갔지만, 문제가 되는 사업 내용이나 액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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