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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민관협치 몰이해…민간·공공 갈등전선 만들어”

등록 2021-10-01 14:14수정 2021-10-04 21:25

희망제작소, 서울시 민관협치 좌담회
기존 협치제도 문제있지만 일방적 매도는 문제
1일 희망제작소에서 ‘서울시 민관협치 이대로 좋은가’라는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송창석 희망제작소 이사,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유창복 전 서울시 협치자문관. 등을 보이는 이는 사회자인 정창기 희망제작소 부소장. 김양진 기자
1일 희망제작소에서 ‘서울시 민관협치 이대로 좋은가’라는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송창석 희망제작소 이사,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유창복 전 서울시 협치자문관. 등을 보이는 이는 사회자인 정창기 희망제작소 부소장. 김양진 기자
“사기업이 하면 ‘사업’이고, 시민단체나 지역공동체가 하면 ‘지원’인가?”

1일 희망제작소가 마련한 ‘서울시 민관협치 이대로 좋은가’ 긴급좌담회에서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이 한 말이다. 지난달 13·1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민간위탁 사업을 두고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현금인출기(ATM)로 전락했다”며 비난하고 시민단체 위탁 사업들을 대폭 조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김 소장을 비롯해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송창석 희망제작소 이사, 유창복 전 서울시 협치자문관이 토론자로 나섞디. 이들은 기존 협치제도의 문제점이 일부 있지만 협치 자체를 부정하는 오 시장의 일방적 매도는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 시민사회 ‘지원’을 ‘시혜적인 지원’으로 포장”

김병권 소장은 오 시장의 ‘ATM기 비판’은 주민참여나 민관협치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나 교수 등 일부 엘리트 전문가들이 서울시가 직접 못하는 일들을 해오던 걸 (협치를 통해) 시민사회가 맡은 것인데, 이를 ‘사업수행계약’이 아니라 ‘지원’이라고 말한 건 사회에 국가와 시장만 존재하고 ‘시민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구식 발상이며 매우 관료적이거나 엘리트주의적인 위험한 발상”이라며 “오 시장은 시민사회 ‘지원’을 마치 ‘시혜적 지원’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 시장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비판하면서 인건비가 사업비에서 ‘절반씩이나 되는 건 비정상’이라고 했는데, ‘절반밖에 안되는 것’이 비정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소장은 이어 “서울시의 협치·혁신 정책이 잘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협치제도가 기존 부서의 자문기구나 의견 청취공간이라는 제약을 벗어하지 못했던 대목이 있고, 시민체감도도 기대만큼 높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오시장의 방향은 이런 비판을 뛰어넘는 명백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6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현황 자료를 들어 보인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6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현황 자료를 들어 보인다. 연합뉴스
“민간자리 관료에 돌려 민간-공공 사이 갈등전선”

송창석 이사도 “전임 박원순 시장의 혁신·협치정책이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오 시장은 사회혁신과 협치정책을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비난하고 있다. 객관적 평가와 점검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민간개방형 직위 대부분을 기존 관료들의 자리로 바꿔놓아 시 공무원을 ‘우군’으로 만든 뒤 시민단체를 ‘공격’하는 전선을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송 이사는 “서울시 관료집단의 자리보전을 위한 집단적 이해·욕구를 바탕으로 민간·공공 간에 새로운 갈등전선이 형성됐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달 16일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나라와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을 뽑아 놓고도 시정을 직접 시민이 하게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고, 오 시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오 시장도 지난 13일 민간위탁 사업 감사 방침을 발표하기 직전 모든 직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담당 공무원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공무원 달래기에 정성을 들였다.

송 이사는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서로의 위치·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각자의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협력을 바탕으로 한 협력의 민관 협치는 이룰 수 없고, 다가오는 재정위기와 고령화 사회 등에 대응할 수 없다. 상호 격려하고 더 협력하고 소통해 나가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시대의제인 협치는 진영 문제 아냐…더 강화를”

문석진 구청장은 “오 시장이 처음엔 협치를 해보려고 하더니 결국에 와서는 정치보복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민관 협치의 분배·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협치를 부정할 순 없다. 이미 주민들은 협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협치는 시대의제이고,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중앙·지방정부의 공공서비스에 불평·불만이 있으면 자판기를 흔들어 대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990년대 이후 민영화·외주화로 공공서비스 체계가 전환됐고, 국가·시장이 해결 못하는 복잡·다양한 시민문제 풀고자 2010년 서울시를 중심으로 ‘시민이 행정에 참여하는 협치·혁신’이라는 개념이 나오게 됐다”며 민관 협치가 태동하게 된 역사적인 과정을 설명했다.

문 구청장은 “물론 ‘소수만의 참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지방정부가 주민의 참여와 활동을 강화하도록 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표성을 갖춘 시민참여 활동이 공신력을 갖추도록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 설치 등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전 자문관은 향후 서울시 협치 정책이 ‘문제 해결형’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치는 행정과 시민이 협력해 공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시민들이 참여해서 공동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주민들이 좀더 공통으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많은 주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과제를 스스로 성취해야 비로소 주민들이 품과 마음을 내서 앞으로 (협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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