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4일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니 공연.
서울시 산하 세종문화회관이 재정난을 이유로 공연 대부분을 취소하는 가운데 다음달 14일 예정된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은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티켓 판매 흥행과 과도한 위약금을 고려한 조처라는데, 공연이 취소된 일부 예술단들은 불공정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세종문화회관 누리집을 보면, 올 9∼11월 예정된 공연 가운데 △2021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드보르작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세상의 모든 사랑가 △서울시합창단 제160회 정기연주회 △아말과 동방박사들 △세종 어린이시리즈 ‘다섯, 하나’ 등 상당수가 취소됐다. 지난 6~10일 열릴 예정이었던 24개월 미만 영유아들을 위한 무대인 ‘다섯, 하나’의 경우는 한창 연습을 하는 도중 회관 쪽으로부터 “공연 취소가 결정됐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12월 이후 예정된 공연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 이하로 낮아진다면 모를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또 줄줄이 취소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종문화회관의 올해 적자 규모도 7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10일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취소된 어린이 대상 공연 ‘다섯, 하나’
하지만 회관 쪽은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은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공연이 취소된 예술단원은 “재정 적자를 이유로 예술단원(공연)은 죽이고, 빈 필하모닉(공연)은 살리는 게 말이 되느냐. 명백한 차별”이라며 “부유한 분들과의 약속은 지키면서 고통 분담은 모두 예술단에만 지우고 있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빈 필하모닉 공연의 티켓 값은 8만원(B석)부터 43만원(VVIP석)까지로, 일반 공연에 견줘 최대 10배 넘게 비싸다.
이와 관련해 신동준 회관 공연기획팀장은 “공연을 못 하는 예술단원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공연은 예술단은 물론 관객들과의 약속이라는 생각에서 최대한 공연을 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빈 필하모닉은 대전예술의전당, 서울예술의전당과 함께하는 국내 투어 일정이라 우리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 손해배상 청구금 등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티켓 판매에 따른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빈 필하모닉 공연의 티켓은 지난 6일 티켓을 판매하자마자 3억원어치가 팔려나갔고, 이날 오전까지 거의 매진됐다고 한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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