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1일 오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스무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무지개색 대형 천을 펼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서울시 인권위원회가 시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법인 설립 불허 처분에 대해 만장일치로 “재고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어 시의 법인 설립 불허 처분에 대한 안건을 자체 상정해 논의했다. 참석한 인권위원 9명(당연직 제외)은 만장일치로 “시의 조직위 법인 설립 불허 처분이 잘못됐다”며 재고를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재고 권고안에는 시의 판단이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과 ‘성적 지향을 비롯한 모든 차별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또 서울시 인권 기본조례에 어긋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시 인권위원회는 늦어도 다음주까지 권고문을 확정하고 불허 처분의 재고를 권고할 계획이다.
권 담당관은 “인권위 논의가 있었던 것은 맞고 조만간 권고문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 시장은 관련 내용을 알고도, 지난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불허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퀴어조직위 설립 인가를 촉구하자 “동성애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서울시가 어느 한쪽 입장에서 판단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는 지난 8월 퀴어조직위가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신청을 한 지 2년 만에 “사회적 갈등 등으로 인해 공익을 저해할 요소가 있다”며 법인 설립을 불허했다. 당시 시는 ‘과도한 노출로 검찰로부터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퍼레이드 중 운영 부스에서 성기를 묘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반대단체 집회로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대규모 행정력이 동원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조직위나 조직위 관계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다. 또 성기 묘사 제품 판매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이 때문에 시가 “잘못된 내용으로 법인 설립을 불허했다”고 비판
이 나왔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아직 권고안이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재고 권고가 내려지는 것에 대해 환영하고 또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시가 시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법인 설립을 허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 시장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사회적 합의는 법인 설립을 허가하지 않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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