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민생과 일상의 회복 ▲사회안정망 강화 ▲도약과 성장을 3대 투자중점으로 설정하고 내년도 예산을 올해 대비 9.8%(3조9186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748억원으로 편성했다. 연합뉴스
“민감한 사안을 오히려 감추고… ‘서울시가 시의회를 속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예산 공개를 안 하더라고요”(김호평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1일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이 내년도 예산안 베일을 벗겼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예산편성 과정에서 시는 시의회 대신 ‘언론사’를 먼저 찾았고, 시의회는 “정보제공 행태가 예산 심사를 훼방 놓는 수준이었다”며 철저한 심사를 예고했다.
이날 오전 김 예결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주 두 차례 사전보고회를 거쳤지만,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아 예산안 내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년엔 예산편성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사전에 언질을 주거나 의견을 묻기도 하고 했는데, 이번엔 시의회도 언론을 통해 예산안을 아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티비에스>(TBS) 예산삭감이 <조선일보>에 나와 집행부(서울시)에 물어보면 ‘어떻게 알게 됐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딱 잡아떼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 시장이 <티비에스>의 출연금을 100억원가량 삭감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고, 서울시 쪽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오 시장은 ‘서울시판 대출 돌려막기, 그만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지출 구조조정과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시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시의회가 추가설명을 요구했으나 서울시 쪽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예결위원장은 “내가 예결위원장이지만 오늘 오후가 돼서야 예산안을 받아보게 된다. <티비에스> 건도 그렇고 오 시장 본인이 삐져서, 혹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명확한 근거도 없이 예산을 깎거나 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닌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예결위가 열리면 오 시장의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법적으로는 예결위가 요청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출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한편,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의견 자료’를 내고, 이번 예산안에서 주민 및 시민사회 참여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해 반발했다. 송명화 민주당 대변인은 “‘관에서 하면 된다’는 관치행정주의는 이미 사장된 지 오래다. 민관협치와 크고 작은 거버넌스로 맞춤형 정책을 만들어 내고, 주민참여의 확대로 주민자치와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사회의 요구”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행정 사무감사와 예산안 처리로 헌법이 보장하는 주민자치와 주민주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한해 전보다 9.8% 증액된 44조748억원의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