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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활성화 조례 껍데기로?…‘오세훈 서울시’ 시장 의무 축소 검토

등록 2021-11-11 04:59수정 2021-11-11 10:18

‘시민민주주의 기본조례’ 등 통합해
시장 역할 줄인 새 조례안 추진
시민단체 “시정 참여 제한” 반발
시 “미확정…시민참여 차이 없을 것”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가칭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가칭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시민참여 관련 조례들을 통폐합하고 서울시장의 역할이나 의무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시민단체들은 “있으나 마나 한 조례를 만들어 시민의 시정 참여를 제한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한겨레> 취재 결과, 시는 기존 ‘시민민주주의 기본조례’(민주주의 조례), ‘주민참여 기본조례’(참여 조례),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조례’(활성화 조례) 등을 통합해 ‘시민참여 기본조례’라는 통합 조례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조만간 조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가 실무 차원에서 마련한 새 조례안(방안)을 보면, 시는 원래의 조례에서 시장의 ‘책무’나 ‘의무’ 조항을 ‘노력’ 조항으로 바꾸거나 조항 자체를 삭제했다. 기존 ‘활성화 조례’에서 ‘서울시장은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이 서울시 책임임을 인식하고 이를 시책의 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시장이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변경할 때 시민사회활성화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된 게 대표적이다. 활성화 조례의 ‘(서울시장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축시키는 제도·관행을 제거하고 공정하고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은 ‘노력해야 한다’로 완화됐 다.

‘참여 조례’의 ‘(시장은) 주민참여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을 점검해 연 1회 이상 의회에 보고한다’는 조항도 새 조례안에서는 빠졌다.

최정옥 송파구 민관협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시민사회 활성화나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시장의 의무사항을 없애면서 조례를 사실상 무력화하려 한다. 주민참여 예산을 깎는 것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는 구 단위 주민참여예산은 요구액 대비 44.1%(97억여원)를 삭감하고 동 단위 주민참여예산은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송창석 희망제작소 이사도 “이번 조례 개정안은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계획을 어떻게 수립하고 점검하고 이행할지에 대한 구조가 사라졌다. 시민들의 참여를 형식적으로만 보장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시정 참여를 위한 자치구와의 연결고리도 한층 약화했다. 기존 ‘활성화 조례’의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서울시의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원칙들을 따르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나 ‘자치구 계획의 수립·시행을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이원목 시민협력국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예전 시민협력국과 민주주의위원회가 시민협력국으로 통합되면서 조례를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복되거나 조문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업무량만 늘리는 조문들을 정리하는 차원이지, 시민사회 영역의 실질적인 참여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쪽에서는 시민참여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온 오세훈 시장 철학이 반영된 조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1일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 발표 때 오 시장은 청년들이 스스로 논의해 만드는 청년자율예산 삭감과 관련해 “시민들의 투표로 권한을 위임받은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다시 말해 시와 시의회의 판단이 우선돼야 하고, 직접적인 의견개진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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