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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위탁기관 ‘직장내 괴롭힘’…“새 센터장 온 뒤 지옥이 됐어요”

등록 2021-11-14 18:33수정 2021-11-15 02:35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직원들 “지난 4개월 직장 내 괴롭힘”
감독기관 서울시는 분리조치 요청 뒤 16일간 방치, 법 위반 논란
모법인·서울시 머뭇거리는 사이, 징계위 열어 6명 해고 등 8명 징계
센터장 “모두 사실이 아니다…계약 관련 위법 저질러 징계”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노동조합 소속 청년들이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오세훈 시장님, 저희도 청년입니다.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꺼내 들고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달라고 서울시에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노동조합 소속 청년들이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오세훈 시장님, 저희도 청년입니다.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꺼내 들고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달라고 서울시에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이 자리를 떠나면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세훈 시장님 저희도 청년입니다.”

지난 12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청년지원센터) 윤효경씨가 울먹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갈등은 지난 7월1일 서울시 위탁기관인 청년지원센터에 전아무개 센터장이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청년지원센터 노동조합(노조)은 그 뒤로 센터장 등을 포함한 사쪽의 갑질·막말·괴롭힘 등으로 퇴사한 직원이 10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청년지원센터는 청년들의 진로탐색, 마음건강 지원, 청년수당 지급 등의 업무를 시에서 위탁받아 2016년부터 운영돼왔다.

노조 쪽이 제공한 녹음파일과 조합원 진술들을 들어보면, 전 센터장은 7월6일 저소득층 청년 대상의 ‘청년자활프로그램’ 참여자들을 향해 “복지병 만성질환”이라며 “(자신이) 안 바뀌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거든요”라고 막말을 했다. 같은 달 8일 사업팀 업무보고에서는 마음 상담을 하는 상담사들을 가리켜 “걔네는 말로 밥 벌어 먹고사는 애들”이라고 하거나 지난달 27일 부서장 회의에서는 “개소리하면 다 죽여버릴라니까”, “형사고발하고 다 잘라버리면 돼”라고 고함을 치는 등 험담과 고성을 반복했다. 만삭의 직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육아휴직을 앞둔 전연안씨는 지난 9월30일 전 센터장이 질책하는 와중에 “너 배 땅기지 않니”라고 했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호흡장애가 올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지난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는 “센터장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매일 혼나면서 그런 말을 들으니 조롱하는 것 같았다”며 “교육인력팀에서 일하다가 센터장이 오고나서 예고없이 기획전략팀에 배치하기도 했다”고 했다.

결국 직원들은 지난 10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달 26일에는 센터의 법인(서울현대교육재단·한국디지털컨버전스협회) 쪽과 감독기관인 서울시에 피해자·가해자 분리조치를 요청하면서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하지만 법인은 “피해자와 피해사실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울시는 “센터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특수한 상황”이라며 조치를 미뤘다. 서울시가 “피해자·가해자를 분리하라”고 지시한 것은 그로부터 16일째인 이달 10일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1일, 센터에서는 가해자 중 하나로 지목된 신아무개 팀장이 업무를 위해 다목적실로 가는 부하 직원에게 “근무지를 무단이탈 하느냐”고 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 직원은 공황·탈진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가 센터로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근로기준법(제76조의3)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피해자에 대해 분리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영미 서울시 청년사업반장은 “사용자는 센터장이지 서울시가 아니다. 법인이 조치를 하지 않아 서울시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이 사안은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가해자 의도보다는 실제 행위, 즉 피해자가 모욕감을 느꼈는지 등이 중요하다”며 “신고에도 불구하고 16일간 방치했다는 건 시가 근로기준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센터의 6명 해고, 1명 정직, 1명 강등 등 직원 중징계 또한 논란이 예상된다. 센터는 “감사에서 타 기관의 계약 결과를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 보고(허위준공보고)한 점 등이 적발됐다”는 징계 이유를 들고 있지만, 노조는 “센터장에게 이미 업무 보고를 한 사안이며,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관례적인 업무”라고 맞섰다. 김정은 노조위원장은 “해오던 대로 결과물을 납품받았다. 계약이 정말 문제라면 최근 노조를 탈퇴한 계약 담당자는 왜 징계 대상에서 빠졌느냐”며 “징계 대상 모두 노조원으로 이는 명백한 노조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신임 센터장은 지난 8월 간부회의에서 팀장들에게 “팀장은 노조에 가입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등 노조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에는 노조 게시판 철거하거나 노조비 일괄 공제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 센터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모두 사실과 다르다. 내가 애가 둘인데 임신부한테 비아냥거리면서 말하면 정신이상자 아니겠냐”며 “이번 징계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아니라, 보조금 집행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위법에 대한 문제다. 센터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하고 있어 이 일을 잘해내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이승욱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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