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 강남대 교수(도시학)는 19일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이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연 ‘민간위탁 제도 파행운영’ 긴급토론회에 나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9월13일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의 에이티엠(ATM)기가 됐다”며 발언을 시작으로, 연이은 특정감사 및 관련 예산안 반토막 편성 등으로 시민사회로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두고 “민간위탁제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학계·시민사회 지적이 나왔다.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은 19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민간위탁 제도 파행운영’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유진 강남대 교수(도시학)는 “민간위탁 제도는 정부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고 예산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로, 이걸 공무원이나 에스에이치(SH) 같은 공기업이 다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정부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는 자신이 소속된 정당(국민의힘)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시민단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가지 ‘대못’을 박아놓았다(9월16일)는 오 시장 주장을 두고서도 반론이 나왔다.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고용을 80% 이상 승계하도록 한 ‘대못’에 대해 최 교수는 “오 시장은 법인들이 수탁을 받으면 해당 기관이 자기 사람들을 심는 것으로 이해하거나, 시민들이 오해하도록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재생, 주거복지 등 위탁기관들은 규정에 따라 자격이 있는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는데, 자기사람 심기인 것처럼 왜곡해 발언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또 80% 규정과 관련해서도 “모 법인이 바뀔 때마다 사람을 다 바꾸면서 고용이 불안해지면 석·박사 등 전문가들이 어떻게 지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해에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대못’과 관련해서도 최 교수는 “종합성과평가라는 것이 사실상 감사인데 이를 마치 감사 성격이 없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또 시와 기관이 맺은 협약서에 따라 항시 지도점검을 할 수 있고, 그때그때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음에도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것을 대못을 뽑는 것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748억원으로 편성했지만, 주민자치 관련 예산과 <티비에스>(TBS) 출연금 등은 대거 삭감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추천 인사가 각종 위원회에 포함되도록 한 규정과 관련해서도 최 교수는 “시민이 시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대표성이 있는지, 또 편향돼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시민단체 참여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지역에서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왜 선출직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면 관에서 지명한 사람들만 위원회에 참여하면, 그런 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주민참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사회복지학)가 좌장으로 나섰고, 김선미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공동대표,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김정열 서울마을자치센터연합 이사장, 윤전우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거버넌스추진단장, 문유진 무중력지대 양천 센터장, 정소연 공공운수노조 서울공공서비스지부 서울시마을센터분회 부분회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선미 공동대표는 “주거문제를 가진 주민들과 현장에서 기반을 두고 절치부심 다져온 주거복지현장에 정치적 선택이란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예산·사업 등에) 칼을 들이대는 행정의 행태를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유진 센터장도 “청년공간과 같이 청년들을 근거리에서 만나고 지원하는 민간위탁기관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장기적으로 청년정책을 추진하는 데 더 많은 행정력과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참여를 제한하고 민간위탁기관의 성과를 무너뜨릴 때가 아니라 지금까지 시정에 참여해 온 청년들의 손을 잡고 민간위탁기관과의 협업을 더 확대해 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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