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동자아트홀에서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주최로 시민사회분야 민간위탁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한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대한 정책분석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객관적 기준없이 예산안이 편성됐다며 “오세훈 시장의 사적 제재” “행정사유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내세우며 내년도 시민사회분야 민간위탁·민간보조금 관련 예산을 47%(1788억원 중 832억원) 삭감한 것과 관련해 “아무 근거없는 행정사유화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민간위탁 예산의 6%를 차지하는 시민사회분야 위탁사업은 ‘우수’ 평가를 받아도 예산삭감 대상이 됐지만, 94%를 차지하는 다른 민간위탁 사업 등은 ‘미흡’ 평가를 받아도 아무런 문제없이 예산이 편성됐다는 설명이다.
29일 오후 서울 동자아트홀에서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시민행동)이 개최한 ‘2022 서울시 예산 및 정책분석 토론회’에서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조정하겠다는 민간위탁·보조 사업들을 보면 ‘조정 기준’에 관련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2020년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108개 사업 중에 포함된 ‘도시형 도시텃밭 조성’ 등은 예산이 감액됐지만, ‘미흡’ 평가를 받은 163개 사업인 ‘서울형 특화산업지구 운영’, ‘서울 금융중심지 활성화 등 민간보조 사업은 (감액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도시재생·주민참여 등 서울시가 수탁해온 사업들을 “자치구가 할 일”이라며 예산을 50∼100% 삭감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도적인 해석”이라며 “오세훈 시장의 사업제재에 기준이 없고 사적인 제재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10년 전부터 서울시의회와 함께 서울시 예산안을 함께 분석해왔다.
김 연구위원은 “오 시장 이후 가장 나쁜 일 중 하나는 행정자원을 누군가 한사람이 독점할 수 있다는 발상이 설 자리가 생겼다는 점”이라며 “선출직 공직자는 행정자원이 ‘사유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경계해야 하지만, 오 시장은 과거 자신이 했던 일조차 고려하지 않고 행정의 주도권 잡기에 골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민간위탁·민간보조금 사업이 무분별하게 확대돼 왔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서울시 전체 예산 대비 민간위탁예산 비중을 보면 과거 오 시장 재임 시절(2009년) 30.3%에서 박 시장 취임 뒤 19.7%∼26.6%로 낮아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경호 주거중립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정두영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관악주거복지센터장 △윤전우 서울시도시재생지원센터 거버넌스추진단장 △박선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 △홍준호 공공운수노조 서울공공서비스지부 서울시마을센터분회 조합원 △권소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경제연구실장 △안병순 서울시서남권엔피오(NPO)지원센터장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하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본부 사무차장 등이 토론자로 나서, 오 시장의 내년도 예산안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최경호 본부장은 “오 시장이 높은 임대료로 공공성이 부족한 일반 매입임대, 역세권 청년주택 등 예산은 늘리면서 사회주택 공급을 줄인 것은 영리기업의 이익을 중심으로 공공이 희생하는 협력방식”이라며 “공동체 회복, 시민참여 활성화 등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배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두영 센터장도 “오 시장이 민간위탁 일괄철회 결정 과정에서 어떤 합리적인 기준과 근거도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서울시의 폭력성과 비합리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120여명의 주거복지전달체계 실무자가 일자리를 잃게 됐고 그간 센터들이 수행하던 모든 사업 모델들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으며 이에 대한 피해는 취약계층의 시민이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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