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한겨레
2020년 지자체 세입 예·결산 분석
최근 몇년간 반복되는 초과세수로 중앙정부의 세수 예측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초과세수도 역대 최대인 129조259억원을 기록했다. 세입 오차율은 전년보다 7%포인트 증가해 37.4%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지출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던 시기, 전국 자치단체들이 과도한 긴축재정 기조 아래 비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용해온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단체 세입 오차율 37.4% 사상 최대, 왜?
1일 나라살림연구소와 <한겨레>가 2020년 전국 지자체 세입 예·결산을 비교한 결과, 전국 17개 광역단체와 226개 기초단체는 지난해 세입 규모를 345조197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세입은 474조457억원으로 129조259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한사람당 25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규모의 추가세입이 있었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의 세수 과소추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 지적되는 문제지만, 자치단체들의 과소추계는 좀더 고질적인 문제다. 자치단체들의 세입액과 예상세입액 사이 격차를 보여주는 세입 오차율은 박근혜 정부 초인 2013∼2014년 20% 초반에서 2015년 27.1%, 2016년 30%로 크게 뛰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30%선을 오르내리더니 지난해 37.4%로 큰 폭으로 뛰었다.
항목별로는 ‘보전수입 등 및 내부거래액’이 애초 예상보다 55조2673억원 더 들어와 전체 초과세수의 약 43%를 차지했다. 보전수입 등 및 내부거래액은 전년도 이월금, 순세계잉여금(세금을 거둬들여 쓰고 남은 돈)으로 발생하는 세입이다. 세입 과소추계가 반복되면서 다음해로 넘어가는 남은 돈 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월금과 순세계잉여금은 결산 과정에서 확인돼, 예산안 마련 때 이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2019년 발생한 순세계잉여금 약 32조원 가운데 2020년 본예산에 반영한 순세계잉여금은 18조원에 그쳤다. 다른 항목 가운데서는 중앙정부 보조금이 애초 예상보다 52조8319억원 늘었고, 지방세(11조2609억원)의 초과세수도 10조원을 넘어섰다. 종합해보면 관행적인 세입 과소추계에 코로나19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중앙정부의 보조금 증액이 겹치면서 세입 오차율이 역대급으로 뛴 셈이다.
자치단체 가운데서는 광역단체보다 기초단체의 세입 오차율이 컸다. 규모가 작고 예산 전문성도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 기초단체들은 지난해 세입 규모를 171조원가량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53조원이 들어와 세입 오차율이 48.1%에 달했다. 수입을 100원으로 예상했는데 절반 가까운 48원이 더 들어왔다는 얘기다. 전남 진도군의 세입 오차율이 84.5%로 가장 높았으며 △경기 연천군 83.3% △광주 동구 80.8% △강원 인제군 74.8% △부산 사하구, 경북 청도군 73.9% 등으로 실제와 동떨어진 세입추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단체 세입 오차율은 26.8%(세입추계액 173조8767억원, 세입결산액 220조5242억원)로 46조6475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세종시(6105억원) 세입 오차율이 38%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35.6%), 충청남도(31.1%), 충청북도(30.5%), 광주광역시(30.1%)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세출 규모를 미리 정하고 국채 발행 등으로 세입을 그에 맞추는 중앙정부와 달리 자치단체는 균형재정원칙에 따라 세입추계에 맞춰 세출 규모를 정한다는 점이다. 초과세입이 발생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추경은 대부분 일시적인 사업에 배정되거나 기존 사업 예산 증액 등에 머물러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규 사업이나 대규모 지속 사업 등에 체계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본예산에 반영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추경에도 편성 못 한 예산은 결국 활용되지 못하고 순세계잉여금으로 남아 이듬해 예산으로 넘어가는데, 2013년 16조2천억원 규모였던 전국 자치단체 순세계잉여금은 2019년 32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결국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던 시기, 지자체들은 긴축예산을 펴 경기회복 등에 악영향을 끼친 셈이다. 자치단체들이 세금을 쌓아놓고 공공서비스를 확대하지 않은 만큼, 시민들로서도 손해다.
막대한 초과세수를 부르는 자치단체들의 세입 과소추계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2021년 전국 광역·기초단체들의 총 세입추계액은 365조7136억원으로, 지난해 세입결산액 474조457억원보다 100조원 넘게 적다. 코로나19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제전망과 정반대 예산계획을 세운 셈이다. 자치단체 세입예산안은 다음해 세입예산안을 마련할 때도 활용돼, 세입 과소추계는 해당 연도뿐 아니라 장기적인 세입추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자치단체들의 세입 과소추계는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에서도 문제점 시정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왔다. 2019년 행정안전부가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예산 불용률 또는 이월률이 높은 자치단체에는 보통교부세 교부 때 불이익을 주는 조항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의 ‘하던 대로’라는 업무 관성이 그대로이고, 예산업무 전문성 제고가 이뤄지지 않는 한 구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괜스레 변화를 줬다가 꼬투리를 잡히느니 하던 대로 해서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자는 관성을 깨야 하는데, 대다수 단체장들은 별다른 의지나 전문성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정책적인 사안이어서 언론에서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세입추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등 외부 조건이 변해도 기존에 추계하던 방식, 관행대로 추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소추계를 하게 되면 그만큼 지자체의 예산 운용이 경직되고, 심하면 다 쓰지 못하고 남을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나서 자치단체의 세입추계 관행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