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구청장들이 ‘권위주의 행정으로 회귀하는 서울시 비판’이라는 제목의 긴급 ‘입장문’ 발표했다. 서울특별시 구청장협의회 제공
7일 오후 2시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 등 구청장 8명이 예고없이 서울시 브리핑룸을 찾았다. 이들은 구청장 사퇴로 대행체제인 서초·종로구청장을 제외한 23명 구청장 명의로 “권위주의 행정으로 회귀하는 서울시를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서울시가 각 자치구 교육 관련 부서에 보낸 ‘전자우편’이 문제였다. 시는 이 전자우편에서 서울시교육청과 25개 자치구가 함께 추진 중인 ‘혁신교육지구 사업’과 관련해 사업에 참여한 △단체 명단과 프로필 △강사의 명단·약력 △강의록은 물론이고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 명단까지 요청했다고 한다. 이성 구청장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서울시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도, 학생 명단과 강의록까지 요구한다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민간인 사찰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 공식 공문이 아닌 서울시 담당자가 자치구 담당자에게 보내는 이메일 형식이었다고 한다.
자치구 쪽은 이런 무리한 자료 요구가 서울시가 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문제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쪽을 손보려고 민감한 자료 수집에 나섰다고 본다. 혁신교육지구는 학교와 마을이 협력해서 학교·마을 교육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2013년부터 서울시교육청·서울시·구청·지역사회가 협력해온 사업으로, 2019년부터 25개 서울시 모든 자치구가 참여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달 1일 시의회에 낸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을 올해(약 125억원)의 절반 수준인 65억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16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어 “서울시가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대폭 감액한 것은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응투자를 해 온 서울시교육청과 25개 자치구, 그리고 함께한 마을주민들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 취임 뒤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강조된 ‘시민참여’, ‘마을공동체’ 등 관련 사업 축소나 청산에 나서며 시교육청과 갈등까지 격화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에서 무리한 자료까지 구청들에 요구하게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이날 서울시는 이창근 대변인 명의의 반박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65억원을 배정했다. 다만 시 교육청과 자치구의 재정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으니 예산을 좀더 부담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학부모 명단을 요청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학부모‧학생 명단에 대해서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성 구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울시가 구에 명단을 요구한 이메일이 있고, 구청에서 항의하니 ‘그럼 안 줘도 된다’고 한 걸 가지고 서울시가 뒤늦게 사실과 다르게 꾸며서 말하면,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한 간부도 “처음에 학생·학부모 명단을 달라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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