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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민단체에 1조원’ 발언, 세부내역 보니 끼워맞춘 액수”

등록 2021-12-08 18:46수정 2021-12-09 07:49

경실련 등 정보공개 통해 분석 결과 발표
공공기관·대학·종교단체·노동조합 등도 포함
“시민단체 지원 6991억원…낭비 근거도 빈약”
8일 오전 경실련·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은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시민단체 1조원 지원’ 정보공개청구 자료 분석 발표’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8일 오전 경실련·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은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시민단체 1조원 지원’ 정보공개청구 자료 분석 발표’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민간보조·위탁금 명목으로 (시민단체에) 지원된 총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됩니다.”

지난 9월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바로세우기-비정상의 정상화’ 회견을 열어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의 에이티엠(ATM·현금인출기)기가 됐다”며 했던 말이다. 오 시장의 발언이 있은 뒤 서울시는 관련 사업·단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고, 사업중단 수준의 예산삭감을 단행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간 ‘시민단체 1조원’의 근거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세부내역을 분석해 “‘1조원’이 근거 없이 무리하게 끼워 맞춘 액수”라는 결론을 내놨다.

SH공사 등 시 산하기관까지 포함해 1조원

경실련·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은 8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시민단체 1조원 지원’ 정보공개청구 자료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지난 9월14일 정보공개청구를 해 지난달 19일에서야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1조원 가운데 서울토지주택공사(SH)나 대학산학협력단 등 시민단체가 아닌 곳에 지원한 액수가 보수적으로 잡아도 3233억원 정도였다”며 “‘1조원 발언’으로 인해 여러 시민단체가 비난받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됐는데, 내용을 보니 1조원은 무리하게 끼워 맞춘 액수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머지 6989억원도 오 시장이 말한 ‘시민단체 에이티엠(ATM·현금자동인출)기’, ‘시민단체 다단계’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이들 단체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2012∼21년) 시는 마을·도시재생·주민자치·주거·청년·노동 등 12개 분야에 민간위탁금 5917억원, 민간보조금 4305억원 등 모두 1조222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세부항목을 보면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산업진흥연구원이 10년간 민간위탁금(단독 33억원, 공동 215억원)248억원을 받아간 게 대표적이다. 또 에스에이치(서울주택도시공사), 에너지관리공단, 서울시설관리공단 등 산하 공공기관들이나 경북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등 대학들도 오 시장이 말한 ‘시민단체 지원금’ 1조원을 받아간 기관들로 이름을 올렸다.

민간보조금 또한 실태는 비슷했다. 한국노총(서울본부) 194억원을 비롯해 서울시 산하기관인 에스에이치 96억원, 경향신문사 22억원, 문화방송(MBC) 10억원, 한겨레신문사 6억원 등 여기에 포함됐다.

쓰지 않은 돈까지 포함…끼워맞추기?

전체 사업의 일부를 쪼개서 ‘시민단체 1조원’ 명단에 올린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2019년 ’서울정원박람회’, ‘서울 꽃으로 피다’, ‘옥상녹화·텃밭 조성’ 사업, 2020년 ‘서울형 도시텃밭’, ‘도농상생직거래장터 운영’ 사업 등은 전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단체 몫만 떼어내 1조원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단체들은 시에서 시민교육이나 작품제작 등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해 기존에 있던 인력·조직을 활용해 사업비만 지원받고 참여했던 사업들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편성액은 실제 집행액과도 큰 차이가 났다. 민간보조금 지급 사업은 지난 10년간 4305억원이 편성됐지만, 집행된 건 3326억원이었다. 민간위탁사업은 시가 최근 3년치 집행액만 공개해 정확한 계산이 어렵지만, 10%가량인 320억원은 각 기관이 서울시로 반납한 금액이라고 단체들은 설명했다. 결국 쓰지도 않은 돈을 포함시켜 1조원을 만든 셈이다.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민간보조금 사업은 단체운영비로는 한푼도 쓸 수 없는데도 이런 사업을 마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듯이 ‘1조원’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서울시의 요청으로 단체들이 사업비만 받아 참여한 사업이나 영리를 추구해 엔지오(NGO)라고 볼 수 없는 사회적기업들까지 끌어들여 셈한 것을 보면, 오 시장이 말한 1조원에 끼워 맞춘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모두 낭비라고 안해”…“모두 시민단체 돈이라고 거짓말…사과해야”

김의승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단체들의 주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의 본질을 호도하는 일방적인 것”이라며 “(시장이) 발표 당시에 ‘일부 단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한거지, 모든 예산지원이 낭비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집행의 난맥상, 법과 규정에 어긋난 잘못된 집행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변명으로만 일관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민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당시 오 시장은 ‘1조원이 모두 낭비는 아니다’고 했지만 ‘1조원 중에 시민단체가 아닌 곳이 있다’ 혹은 ‘산하기관·대학 등도 포함됐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오 시장 회견 뒤 보수언론에서) ‘10년간 1조, 시민단체 현금인출기 된 서울시’라는 헤드라인으로 마치 1조원이 낭비된 것처럼 보도할 때 서울시가 정정보도 요청을 한 적이 있는가”라며 “오 시장은 그동안 부풀려진 거짓에 대해 시민사회와 서울시민에게 공개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글·사진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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