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수도권

법 위의 ‘인서울골프장’…환경청 공사중지명령에도 ‘배째라’

등록 2021-12-14 18:23수정 2021-12-15 02:32

금개구리 서식처 배수로공사 중단명령에
업체 “이행명령 안지키고 벌과금 내겠다”
14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남서쪽, 논밭 주변(경기 부천시 대장동)으로 인서울27골프클럽이 법정보호종 금개구리 서식지에 대해 배수로 공사를 강행하자,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포클레인에 올라 ‘불법공사 중단하라’는 펼침막을 꺼내 들었다.
14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남서쪽, 논밭 주변(경기 부천시 대장동)으로 인서울27골프클럽이 법정보호종 금개구리 서식지에 대해 배수로 공사를 강행하자,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포클레인에 올라 ‘불법공사 중단하라’는 펼침막을 꺼내 들었다.

14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남서쪽 논밭 주변으로 ‘안전제일’이라는 문구를 한 공사 가림막이 뱅 둘러쳐져 있었다. 행정구역상 경기 부천시 대장동인 이곳에는 포클레인 한대가 서 있었고, 한쪽으로는 건설 자재가 쌓여 있었다. 포클레인 아래로 이미 2~3m 깊이 배수로가 파여 있었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여기는 김포공항습지 지역이다. 법정보호종인 금개구리가 기존 자연 배수로 경사면에 동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서울27골프클럽 쪽에서 지난주 월요일(6일)부터 막무가내로 포클레인을 동원해 경사면을 긁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몸길이 3~6㎝가량으로 등 양쪽에 굵고 뚜렷한 금색 줄이 불룩 솟아 있는 금개구리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토종개구리다.

앞서 지난달 29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도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을 통해 2015년 골프장 임시영업허가 때 약속한 금개구리 보전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29일까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미이행에 따른 이행조치’를 이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골프장 쪽은 보전방안을 제시하는 대신 지난 6일 공사를 강행했다. 이에 한강환경청은 이틀 뒤 수위를 높여 ‘공사중지명령’을 내렸지만, 이번에도 골프장은 9~10일, 13일 공사를 강행했다.

한강유역환경청에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지난 13일 인서울27골프클럽이 포클레인을 동원해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한강유역환경청에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지난 13일 인서울27골프클럽이 포클레인을 동원해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인서울27골프클럽 민홍식 이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행명령을 안 지키려고 한다. 벌과금이 나오면 내는 게 낫다”며 “이미 시공사와의 계약으로 농민들에게 보상해가며 가도를 내고, 자재들도 쌓아놓았다. 이곳은 (지금 같은) 겨울철이 아니면 수위가 높아져 배수로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부터 줄터파기(땅을 좁고 길게 파는 일) 공사를 재개하고, 금개구리가 나오면 김포공항습지 등으로 이주시키려고 한다”며 “이렇게 경사지고 봄여름에 수위가 높아지는 곳은 금개구리 이동통로만 쓰일 뿐 서식지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민 이사 설명과 달리 지난해 이뤄진 이 지역(남쪽 수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금개구리는 작은 웅덩이나 수로 등 협소한 지역에서도 서식지를 이동하지 않고 산다. 본 조사지역 내 금개구리 서식지는 저지대 평야에 위치한 경작지 사이의 수로이며 갈대, 부들, 골풀, 말즘, 갈품 등 수생식물이 수로의 수면을 3분의 2 덮고 있어 금개구리 은신처 역할을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최근 강행된 배수로 공사로 이런 수생식물들은 포클레인에 의해 모두 제거된 상태다.

지난해 환경영향평가에서 확인된 이 지역 금개구리 서식지.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환경영향평가에서 확인된 이 지역 금개구리 서식지.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골프장은 2015년 임시영업허가를 받으면서 김포공항 침수 예방을 위한 주변지역 배수 문제 해결도 약속했는데, 내년 9월 임시영업허가 종료와 정식 영업허가를 앞두고 있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귀뚜라미랜드가 대주주(50%)이고, 호반건설(20%), 롯데건설(10%), 부국증권(10%), 중앙홀딩스(10%)가 지분 참여해 꾸린 인서울27골프클럽㈜는 골프장을 조성해 20년간 운영한 뒤 2037년 땅주인인 한국공항공사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환경운동을 하면서 이렇게 법에 따른 명령을 손쉽게 어기는 경우는 처음 본다. 기껏해야 몇천만원 벌과금이 나올 뿐이기 때문”이라며 “이 배수로 공사의 ‘사업자’이자 골프장 원소유주인 한국공항공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치 남의 일인듯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200㎜ 폭우’ 부산서 대형 땅꺼짐…트럭 2대 빠져 1.

‘200㎜ 폭우’ 부산서 대형 땅꺼짐…트럭 2대 빠져

광주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프린지페스티벌 개막 2.

광주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프린지페스티벌 개막

응급실 22곳 헤매다…구미서 쓰러진 70대, 결국 창원 이송 3.

응급실 22곳 헤매다…구미서 쓰러진 70대, 결국 창원 이송

CJ가 손뗀 ‘K-컬처밸리’…경기도 공영개발 ‘기대 반 우려 반’ 4.

CJ가 손뗀 ‘K-컬처밸리’…경기도 공영개발 ‘기대 반 우려 반’

30대, 부산·경남 대학병원 응급실 거부…3시간여 만에 숨져 5.

30대, 부산·경남 대학병원 응급실 거부…3시간여 만에 숨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