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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도 찬성한 ‘인왕산로 차없는 길’ 서울시는 반대, 왜?

등록 2021-12-19 22:54수정 2021-12-20 02:30

차량통행자 불편, 보행자수 등 이유로
서울 종로구 인왕산로.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서울 종로구 인왕산로.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국방부도 찬성한 서울 종로구 인왕산로(인왕스카이웨이) 일부 구간을 ‘차 없는 길’로 만들자는 구상에 서울시가 반대 뜻을 밝혔다. ‘보행중심 도시’ 정책의 퇴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취지는 공감하나 △보행량 △차량 통행량 △대체 도로를 검토한바, 차 없는 거리 지정이 어렵다”는 내용의 ‘인왕산로 차 없는 거리 만들기 사업에 대한 질의 회신’ 공문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인왕산로 주말 일평균 보행량이 1451명으로 현재 운영 중인 ‘덕수궁 차 없는 거리’(8912명)에 비해 적고, 군부대·청와대 출입차량의 상시통행이 필요한데다 우회도로가 없어 차량통행자의 불편이 우려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서촌 주민들이 ‘차량을 제한하자’며 제안한 인왕산로 구간. 서울 종로구 누상동 인왕산 호랑이상에서부터 청운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서촌 주민들이 ‘차량을 제한하자’며 제안한 인왕산로 구간. 서울 종로구 누상동 인왕산 호랑이상에서부터 청운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다.

앞서 6월1일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서촌 3개 주민모임(서촌주거공간연구회·서촌탐구모임·모두문화예술원)은 너비가 1m도 안 되는 좁은 보행로 탓에 주민과 등산객들이 불편하고 위험하다며 “인왕산로 1.7㎞ 구간(누상동 인왕산 호랑이상~청운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주말 혹은 일부 시간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달라”는 제안서를 시민 1천여명의 동의서명을 받아 시에 냈다. 인왕산로는 1968년 1월21일 북한 특수군의 청와대 침투 사건을 계기로 군사목적으로 만들어진 2차선 찻길로, 보행로가 좁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청와대 경호를 위한 군 작전 때문에) 인왕산로 차량통제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일 것으로 예상했던 국방부마저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는데, ‘보행중심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가 시범사업이나 인왕산을 찾는 시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한 어떤 조치도 없이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5월27일 국방부는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보낸 공문에서 ‘특정경비지구 경계작전을 위하여 군 차량 통행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조건으로 ‘기본적인 취지에 공감하며 건의하신 제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장민수 서촌주거공간연구회장도 “주말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는 남산공원로와 비교하면, 서울시가 밝힌 우회도로, 보행량 등의 근거는 반대를 위한 ‘이유 만들기’로 보인다”며 “과거엔 인왕산을 청와대 경비나 안보 목적으로 바라봤지만 청와대 앞마당까지 개방된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됐다. 주민들이 이렇게 나서서 시가 보행중심 정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마련해줬는데, 보행 정책을 편다는 부서에서 교통량 등을 반대 이유로 언급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서촌 주민들이 지난 6월1일 서울시에 ‘인왕산로 차량 제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서촌 주민들이 지난 6월1일 서울시에 ‘인왕산로 차량 제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이와 관련해 김인숙 서울시 보행정책과장은 “공문에서 밝혔듯이 보행량 등으로 볼 땐 아직은 ‘차 없는 거리’ 지정이 이르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 없는 거리’ 지정을 위해 충족해야 할 보행량·차량통행량 등 기준이 따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서촌 주민 류인혜씨는 “올 7월만 해도 주말에 (차 없는 길) 시범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더니 입장이 돌변했다. 실무자가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빼고 주민 중심으로 제안하면 어떻겠냐’고 하고, 전임 시장 때 썼던 말이라 그런지 ‘보행중심’이라는 말도 쓰길 꺼려했다”며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공통 질문을 하는 등 다른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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