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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점포주 특혜’ 또 연장…인천 지하도상가 ‘법 위의 조례’ 시끌

등록 2022-01-06 04:59수정 2022-01-06 08:04

양도·양수·전대 금지 2년 연장도 모자라 또 3년 유예
감사원 “금지 조항 위반 행위로 연간 459억원 부당이득”
인천시·시의회 상위법 위반에도 “코로나 시국이어서”
지난달 30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지하도상가 한 점포 철문에 점포를 임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달 30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지하도상가 한 점포 철문에 점포를 임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인천시의회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수십년 동안 특혜를 받아온 점포주만 좋은 일 아닌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께 인천 주안역 지하도상가. 이곳 임차인(점포주)과 전대(재임대) 계약을 하고 상가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아무개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인천시의회가 지하도 상가의 양도·양수·전대 금지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의결한 것은 두고 김씨는 “점포주와 전대차 계약을 하고 상가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는 조례 개정 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공유재산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산을 임차한 이는 해당 자산을 타인에게 팔거나 재임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자산을 이용한 불로소득(임대소득) 추구를 막기 위해서다. 지하도상가를 공유재산 중 지하도로로 규정하고 관리하도록 한 국토계획법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002년 제정된 인천시 지하도상가 조례는 점포주에게 임대권 양도·양수, 재임대 계약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 점포주가 자비로 지하도상가를 개보수하면 그만큼 임대 기간을 연장해줬다. 점포주가 독점적인 임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상위법인 법률에 어긋나는 조례였지만, 인천시와 시의회는 그동안 이를 방치했다. 2019년 감사원의 ‘인천지하도상가 특별점검 감사보고서’를 보면, 인천지역 15개 지하도상가 3579개 점포 가운데 2653개(74%)가 임차인이 재임대해준 전대 점포로 파악됐다. 부평역 지하도상가의 경우 421개 점포 가운데 95%(398개)가 전대였다. 이곳 임차인이 시에 내는 1년 대부료는 평균 198만원인데, 이들이 실제 영업을 하는 상인들로부터 받는 1년 평균 임대료는 242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인천 지하도상가 15곳에서 점포주들이 얻는 부당이익을 연간 459억원으로 추정하고, 상위법에 위반되는 조례 내용을 개선하도록 요구했다.

감사원 요구에 따라 인천시와 시의회는 2020년 양도·양수·전대 행위를 금지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다만 부칙을 통해 2년 유예기간을 둬 올해 2월부터 시행되도록 했다. 임차인이 시청 앞에서 매일 항의집회를 여는 등 반발했기 때문이다. 앞서 인천시는 2016년에도 조례 개정을 추진하다가 임차인들이 반발하자 시의회 상정을 포기한 바 있다.

2년 유예기간이 지난 뒤에도 임차인 반발이 이어지자, 시의회는 지난해 10월 행정재산으로 분류된 지하도상가를 일반재산으로 분류해 점포주들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권 양도·양수 및 전대 금지 유예기간을 추가로 3년 연장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시가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재의를 요구하자, 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일반재산으로 분류하는 조항은 삭제하고, 3년 유예기간을 추가하는 조항은 그대로 둔 조례를 다시 통과시켰다.

조례 개정을 주도한 안병배 시의원은 “대형 쇼핑몰 중심의 상권 형성으로 지하도상가 상권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2년 유예기간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기와 겹쳤다”며 “임차인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전대를 받은 상인 역시 영업기간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새로 통과된 조례 또한 상위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남호성 행안부 회계제도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시가 재의를 요청했을 때 (행정재산) 용도 폐지 뒤 매각 조항은 물론 양도·양수, 전대 유예기간을 추가로 두는 것은 상위법에 위반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시의회가 법률에 어긋나는 조례를 제정할 경우 시가 대법원에 제소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인천시는 행안부의 의견을 반영해 대법원에 제소할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글·사진 이승욱 이정하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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