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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여나가는 대이작도…“모래언덕이 사라진다”

등록 2022-01-10 04:59수정 2022-01-10 08:56

2년 전부터 황폐화, 주민들 발동동
“선갑도 인근 바닷모래 채취 때문”
업체는 3년간 1785만㎥ 목표 채취
2020년 여름,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 작은풀안 해수욕장에 모래언덕이 침식된 모습. 강차병 어촌계장 제공
2020년 여름,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 작은풀안 해수욕장에 모래언덕이 침식된 모습. 강차병 어촌계장 제공

“바닷속에서 계속 모래를 퍼가고, 섬 모래사장에는 모래를 사다 뿌리고…. 도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요?”

지난달 13일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에서 만난 강차병 어촌계장은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대이작도는 섬 전체를 2시간이면 걸어서 돌아볼 정도로 아담하지만 서해에서 드물게 고운 모래사장이 많아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붐빈다. 그런데 이날 함께 찾은 큰풀안 해수욕장에는 모래사장이 쓸려 간 흔적이 쉽게 발견됐다. 특히 모래언덕 아래로 뿌리가 뽑혀 죽은 풀이 낙엽처럼 굴렀다. 해수욕장 근처에 사는 김유호 대이작도 이장은 “언덕에서 죽은 풀을 버리는 데만 1톤짜리 트럭이 세번 왔다 갔다 할 정도였다”며 “바람도 파도도 없는데 언덕이 깎여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인근 작은풀안 해수욕장은 더 심각해 보였다. 피서객 그늘막 쉼터 바로 앞 모래가 사라지면서 경사가 급했다.

주민들은 모래사장이 황폐해진 게 2020년 8월부터라고 기억한다. 강차병 어촌계장 등 주민들은 섬에서 10㎞ 떨어진 선갑도 인근에서 2019년 9월부터 퍼올린 바닷모래 채취 작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채취업체는 올해 9월까지 1785만㎥를 목표로 채취를 계속하고 있다. 김유호 이장은 “선갑도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기 전까진 이런 일이 없었다”며 “채취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풀등(바닷속 모래섬)이 사라지는 속도도 엄청 빨라졌는데, 결국 강한 파도가 풀등을 넘어 모래언덕까지 직접 몰아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옹진군이 최근 공개한 ‘대이작 큰풀안, 작은풀안 해안1지구 연안정비사업 보고서’에서도 인근 지역의 모래 채취가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래 해안은 파도에 의해 모래가 움직일 수 있는 수심(표사 이동한계수심) 안에서 해안선까지 평평한 단면을 가지고 있어서, 표사 이동한계수심에서 모래를 채취하면 해안선이 후퇴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남서쪽 선갑도 앞 해상에서 2019년도부터 채취 작업이 진행돼 대이작도 등 풀등 모래 공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 있다.

지난달 13일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에 있는 작은풀안 모래사장. 모래가 유실돼 모래언덕이 피서객이 이용하는 그늘막 바로 앞까지 깎여 나가 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지난달 13일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에 있는 작은풀안 모래사장. 모래가 유실돼 모래언덕이 피서객이 이용하는 그늘막 바로 앞까지 깎여 나가 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이를 두고 모래 채취 과정에서의 해양 영향 평가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엄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홍 인하대 교수(해양과학과)는 “연구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 분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후 모니터링 등을 해나가야 한다. 현재로서는 제대로 된 관측을 했다 할 수 없다”며 “인천 섬 모래 유실이 바닷모래 채취 때문인지 아닌지 이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바닷모래 채취 허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 대표는 “해양 생물들은 바닷모래에 알을 낳는데 현재 모래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해양 생물이 알을 낳지 않아 어족 자원이 마르고 있다”며 “굴업도 인근에서 옛날에는 꽃게를 많이 잡았는데 이제는 (바닷모래 채취를 한 뒤로) 먼바다로 가지 않으면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인천녹색연합이 파악한 인천 앞바다 골재 채취 현황을 보면, 1984년부터 30여년 동안 인천 앞바다에서 채취한 바닷모래만 2억8천만㎥에 이른다. 이는 서울 남산의 5배가 넘는 규모다.
2018년 2월 수협, 한국수산업총연합회, 황해섬보전센터,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등이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장안서 해역 ‘해역이용협의서’ 반려를 촉구했다. 황해섬보전센터 제공
2018년 2월 수협, 한국수산업총연합회, 황해섬보전센터,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등이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장안서 해역 ‘해역이용협의서’ 반려를 촉구했다. 황해섬보전센터 제공

하지만 옹진군은 외려 실태조사를 미루고 지난해 인천 연안인 굴업도에서 북쪽으로 약 5㎞ 떨어진 해상에서 5년간 총 3500만㎥ 규모 골재를 채취한다는 내용의 일반해역이용협의서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제출했다. 인천해수청은 지난해 10월 이를 반려했지만, 옹진군은 골재협회와 함께 서류를 재검토하고 보완한 뒤 다시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옹진군 건설과 관계자는 “인천 섬 모래사장의 모래 유실이 100% 바닷모래 채취 때문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권오형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장은 “해안침식은 바닷모래 채취보다는 기후변화 영향이 크다. 기후변화 때문에 동해안에서 발생한 해안침식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인천해수청에서 반려한 이유는 계획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보완해서 다시 신청하겠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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