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8일 인천시청 앞에서 화도진지 재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인천시 문화재위원회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가 있는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사업의 문화재 현상변경신청을 또다시 부결했다.
인천시는 지난 21일 열린 시 문화재위원회에서 화수화평 재개발조합이 신청한 문화재 현상변경 안건이 부결됐다고 24일 밝혔다.
시의 한 문화재위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화도진지와 관련된 조사가 일부 진행됐지만, 충분하지는 않았고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조사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조사가 미흡하니 이들 유산을 어떻게 보존할지도 방안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위원들은 모두 재개발사업의 문화재 현상변경신청 부결에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재개발 사업구역 내 화도진지의 물리적 흔적을 찾고 현존하는 근대역사문화유산과 관련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문화재 현상변경신청을 부결했다. 그러나 조합은 한 달 만에 재신청했다. 앞서 조합은 지난해 9월에도 문화재 현상변경을 신청했지만 ‘화도진지와 인천산선, 도쿄시바우라사택의 지표조사가 필요하다’며 부결됐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치를 요구하는 인천산선과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어떤 문화유산 대책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인천 동구 화수동 138의2에 있는 화도진지의 실제 위치를 재개발 사업구역에 있는 쌍우물을 포함한다고 특정했다. 새로 제시된 화도진지의 실제 위치는 현재 위치에서 동쪽으로 약 50m 떨어진 곳으로, 이곳에 있는 쌍우물은 화도진의 군졸들이 이용하던 우물로 추정된다.
인천 동구 화도진공원과 송현초등학교 사이 18만998㎡에 3183가구 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는 화수화평재개발 사업구역에는 인천산선 등 10여개 문화유산과 옛 화도진지로 추정되는 장소 등이 있다.
인천산선은 인천 동일방직과 한국기계공업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선교를 하던 곳이다. 우리나라 대표적 민주노조 운동으로 꼽히는 ‘동일방직 사건’(1978년) 당시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하는 등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를 간직했다. 또 인천 화도진지는 조선시대 고종의 명으로 구축된 인천지역의 군사기지로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장소이며, 1990년 11월9일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2호로 지정됐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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