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도 여주시청에 설치된 현장피시아르(PCR) 검사소인 ‘나이팅게일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현장피시아르 검사 결과는 민감도 100%를 자랑하지만,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지 못해 이곳에서 양성 결과가 나와도 국가가 지정한 검사기관에서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검사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가 도입된 가운데, 경기도 여주시가 정확도가 높은 기존 피시아르(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사람한테서 채취한 검체를 현장에서 바로 검사해 결과를 알 수 있는 ‘현장 피시아르 검사’ 방법을 1년 넘게 운용 중이기 때문이다.
여주시는 2020년 12월부터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현장피시아르 검사를 도입했다. 이는 특정 장소에 정부 승인기준에 맞춰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한 뒤, 검체를 채취한 현장에서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해온 ‘일반’ 피시아르 검사는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보건소를 방문하면, 검체를 채취해 정부가 지정한 검사기관(전국 29곳)에 보내 양성 여부를 통보받는 식이었다. 검사 결과는 대략 24시간 뒤 나왔고, 건당 비용도 5만7천원에 달했다. 하루 최대 가능 건수인 80만건을 검사하면 450억원쯤 든다는 게 여주시 설명이다.
이에 반해 현장피시아르 검사 방식은 검체를 검사기관으로 이동하는 절차가 없고, 한꺼번에 여러 검체를 검사할 수 있어 비용이 건당 1만7천원가량에 불과하다. 여주시는 이런 방법으로 지난달 12일까지 19만여명의 검체를 검사해 코로나19 환자 425명을 가려냈다. 투입된 비용은 46억원이다.
여주시 현장피시아르 검사의 민감도(감염된 환자를 양성이라고 올바르게 진단하는 비율)는 100%였으며, 특이도(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정확도)는 99.49%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주시의 이 검사는 아직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해 여기서 양성 결과가 나와도 국가가 지정한 검사기관에서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신속항원검사에 대해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으로 낮다”고 지적한 상태다.
여주시 현장피시아르 검사는 2020년 12월 국무총리실로부터 시범사업으로 지정받았다. 이에 여주시는 지난해 11월 현장피시아르 검사의 공인인증을 받기 위해 질병관리청에 ‘분자진단검사를 위한 이동형 검사실 승인 요청’을 했지만, 질병관리청 쪽은 한차례 실사만 나왔을 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주시의 이동형 현장피시아르 검사소인 ‘나이팅게일센터’의 모습.
이항진 여주시장은 “현장피시아르 방식을 운영한 결과, 여주시는 1천명당 확진자 수가 지난 2일 현재 13.37명에 불과해 경기도에서 최저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며 “현장피시아르 검사실은 3억5천만원 정도면 충분히 설치·운영할 수 있다. 임차도 가능한 만큼, 정부가 조속히 승인해 전국 지방정부로 확대하면 신속항원검사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진자를 가려내 방역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현장피시아르 검사는 여주시가 처음으로 시행한 뒤 지난해 4월 서울대학교, 한국체육대학교, 서울시교육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도입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지난 2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방역과 의료를 철저히 분리하고, 지역 환자를 해당 지역 의료기관이 돌보는 한편, 이러한 체계를 지방자치단체장 중심으로 한 지역 거버넌스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개학이 다가오는 만큼 초중고교 현장에 이동형 현장피시아르 검사소를 신속히 도입해주길 바란다”며 “학교를 시작으로 이동형 현장피시아르 검사소를 확충해 지역사회에서도 집단적인 유증상자, 확진자 발생 시 신속히 검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사진 여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