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건설협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경기 고양시 마두동 지반침하 현장과 상가건물에 대한 정밀진단을 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지난해 12월31일 지하 기둥이 부서지며 대피 소동이 벌어진 경기도 고양시 마두역 인근 7층 상가건물의 주된 사고원인은 기초와 지하 벽체 공사의 부실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양시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1일부터 한국건설안전협회를 통해 45일간 벌여온 정밀진단 결과와 안전대책을 16일 발표했다. 시는 현재 건물의 상태는 하중 지지력이 약한 데다 지하수와 토사 유출 등이 겹쳐 안전등급이 ‘이(E)등급’(불량)으로 대규모 보강공사나 철거가 필요하다는 진단 결과를 제시했다.
먼저 건축분야 원인으로는 말뚝(pile) 대신 매트(mat)로 기초공사를 변경해 지내력(지반이 구조물의 압력을 견디는 정도)의 불균형이 발생했고, 지하층 벽체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기준에 크게 미달했다. 또 건축물 준공 뒤 관리주체의 유지관리도 미흡했다.
토목 분야에서는 해당 건물의 지반 높이를 인접 건물보다 약 10m 낮게 조성한 데다 지하층 한쪽 면의 외벽공사를 하지 않아 건물 바닥과 벽에서 지하수가 유입됐다. 매트 기초 지반에 다량의 지하수와 토립자가 유입되면서 곳곳에 틈이 생긴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밖에 건물 안정성이 꾸준히 악화했음에도 1995년 준공 이후 보수·보강이나 차수 공사, 물빼기 작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건물 안전등급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최하 수준인 이(E)등급으로 평가됐다. 이는 건축물 사용을 즉각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춘표 경기도 고양시 부시장이 16일 마두동 상가 기둥파손 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고양시는 안전성 종합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보강공사나 재건축을 하도록 조만간 건물주 등에게 통보할 방침이다. 보강공사는 기초를 매트(mat) 대신 말뚝(pile) 공법으로 바꿔 부동침하를 막고, 지하층 슬래브와 상부보, 건물 기둥 등에 강판을 덧대는 방식을 제시했다. 보강공사에 앞서 지하층 일부 지반의 빈틈이나 공간에 충전재를 채우는 ‘그라우팅’ 작업이 당장 필요하다고 시는 설명했다.
한편, 건물주들은 보강공사에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만큼, 건물 안전과 경제성을 고려해 건물을 철거하고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하는 쪽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기간 영업 손실로 인한 보상 등을 놓고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진 마두동상가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반침하가 계속되는데 보강공사를 한다고 안전문제가 근본 해결되지 않는다”며 “고양시는 사고원인을 건물 부실로 몰아 축소·은폐하려 하지 말고, 이 일대의 연약 지반을 전수조사해 종합적으로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 준공된 이 건물은 소유주 105명·점포 127개이며, 세입자는 약 80여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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