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런’으로 대학 합격했어요”
24일 서울시가 배포한 8쪽짜리 보도자료의 제목 일부분이다. 보도자료는 ‘서울런’이 시행 6개월을 맞아 이른바 명문대 합격자들을 여럿 배출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업인 서울런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대성마이맥·메가스터디·에듀윌 등 인터넷 사교육업체 강의를 수강하고 일대일 멘토링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8월27일 도입됐다.
시는 보도자료에서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따고 대입을 준비한 학생, 형편상 학원에 한번도 다녀본 적 없었던 학생 등이 대학 입학의 길을 열었다”며 “특히 서울런 1대1 정시전략 컨설팅을 이용한 29명 가운데 20명이 지원한 대학에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연세대 등에 합격한 박혜성(가명) 학생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생 때에는 부모님을 도와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원에 다니기 어려워 ‘서울런’의 강의를 듣고 꼼꼼하게 예·복습을 했다. 3월에는 70점 근처였던 국어점수가 11월 수능에서는 90점대로 수직 상승했다. 목표했던 점수보다 더 높게 나와 서울대에 합격해 더 큰 꿈을 키우고 있다”고 안내했다. ”학원을 다녀보지 못한 제가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인터넷강의가 아닌가 싶어요” 같은 이용자들 익명 인터뷰도 실었다.
이날 보도자료를 두고서는 과도한 사교육 지장일 뿐더러, 다른 변수는 따져보지 않은 채 대학 진학의 공을 모두 ‘서울런’으로 돌리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몇개월 동안 ‘서울런’을 듣고 대학에 합격했다’는 설명은 사교육업체의 전형적인 광고 방법”이라며 “공공기관이 대놓고 ‘사교육이 낫다’며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 서울시의원도 “서울시가 보도자료에서 가명으로 소개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나 대입에 영향을 끼친) 다른 요인을 공개하지 않고, 대학 합격이 ‘오세훈표 서울런’ 때문이라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다. 서울런 몇달 듣고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얘기는 ‘학교 수업 대신 1타 강사 동영상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말과 다를 게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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