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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홍대거리’ 꿈꿨던 플랫폼창동61, 왜 활력 잃었나

등록 2022-04-12 04:59수정 2022-04-12 07:57

2016년 공연장 가동률 90% 넘고
‘트와이스’가 뮤직비디오 찍는 등
대중음악 문화거점 꿈꿨지만
“주변상권과 괴리돼 동력 잃어” 지적
‘씨드큐브창동’이 사업 잇는다지만
“비주류 음악인 지원 등 취지 살려야
지난 8일 낮 서울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 앞 ‘플랫폼창동61’ 모습. 손고운 기자
지난 8일 낮 서울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 앞 ‘플랫폼창동61’ 모습. 손고운 기자

지난 8일 정오께 찾은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창동61’은 고요하기만 했다. 한때 홍대 입구와 같은 지역문화거점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건축물 안 식당과 녹음실 등은 텅 빈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공연장·녹음실·상점 등으로 구성된 플랫폼창동61은 2016년 4월, 국내 최대 규모 대중음악 공연장 ‘서울아레나’(2025년 준공 예정)의 마중물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버려진 컨테이너 61개로 지어진 이곳에선 국악·재즈·힙합·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곡이 연주됐다. 개관 첫해 문화 프로그램 218회, 음악 공연 168회가 열렸고 공연장 가동률은 90%를 넘어섰다. 홍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녹음실 등을 대여해줘 신인이나 비주류 음악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17년에는 ‘트와이스’를 비롯한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하면서, 낙후된 서울 동북권을 문화중심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았다.

2017년 5월15일 유튜브에 공개된 트와이스의 ‘시그널’ 뮤직비디오 속 ‘플랫폼창동61’의 모습. 이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현재 2억9천만여회에 이른다. 유튜브 갈무리
2017년 5월15일 유튜브에 공개된 트와이스의 ‘시그널’ 뮤직비디오 속 ‘플랫폼창동61’의 모습. 이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현재 2억9천만여회에 이른다.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이젠 그런 활력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 됐다. 주변 상권과 어우러지지 못하면서 지역 주민과도 괴리됐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문화공간은 황폐해져 갔다.

이날 창동역 앞에서 만난 배진주(61)씨는 “초기에는 거리공연 같은 것도 좀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주민들과 함께하는 건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훈(32·도봉구)씨는 “주변 상권에 대한 고려 없이 지어져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홍대에는 젊은 사람들이 가는 카페, 식당 등이 있고 그게 문화로 자리잡았는데, 여기는 솔직히 근처 주민들도 노원역 가서 논다. 상권 전략을 같이 생각했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문화시설만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취임 뒤 플랫폼창동61이 방만하고 불공정하게 운영됐다는 시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더욱 위축됐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서울시 감사위는 지난해 연말 ‘플랫폼창동61 운영실태 조사’에서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 조경 관련 학문을 전공한 사람을 지정할 수 있음에도 자격 요건이 구비되지 않은 교수에게 대가를 지급했다”며 담당 부서에 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플랫폼창동61 총괄예술감독을 역임했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창동을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서울시가 만든 기획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했는데, 측근끼리 뭔가 한 것처럼 발표돼 당시 함께 노력한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운영사 관계자는 “총괄감독이나 자문 역할을 한 분이 홍보·인터뷰 등 여러 역할을 도맡으면서 자문료를 받은 것인데 과하게 부정적 평가가 씌워진 측면은 있다”며 “다만 당시 무리한 사업으로 평가되면서 투자비가 줄고 시설을 이용하는 아티스트들도 정리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창동61’은 이제 철거를 앞두고 있다. 지티엑스(GTX) C노선 정류장이 들어설 예정이라 8월까지만 운영한다. 비주류 음악인들의 녹음실·공연장 대관 등 기능은 인근 ‘창업문화단지 씨드큐브창동’이 맡게 된다. 서울시 동북사업과는 “플랫폼창동61만 놓고 보면 주민들로선 한계를 느낄 수 있지만, (서울아레나 등을 포함한) 전체적으로는 아직 진행 단계다. 창동민자역사 복합쇼핑몰이 들어서 상권이 조성되고, 창업문화단지 씨드큐브창동과 사진미술관, 로봇박물관 등이 들어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주류 음악인들을 위한 라이브 공연 생태계 조성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구민은 “애초에 이곳까지 음악인이 찾아온 건 홍대보다 훨씬 저렴한 이용료 때문이다. 홍대처럼 라이브 공연 문화가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음악가는 녹음만 하고 나가고 사람들도 공연만 보고 빠져나가는데, 문화도시라고 체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동연 교수도 “처음 이 공간이 들어선 의의를 생각해야 한다. 서울아레나가 주류 음악인들만을 위한 공간이니, 비주류 음악인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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