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전철 분당선 야탑역 광장에서 조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성남시장 예비후보가 민주당 배국환 후보의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조 예비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배 예비후보가 그동안 각종 비위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점을 지적하며 ‘비리 의혹자 전략공천을 철회하라’고 농성장에 써붙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경기 성남시장 공천을 두고 지역 정가의 반발이 거세다. 공천에서 탈락한 한 예비후보는 중앙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당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지역에서 오래 출마를 준비해온 예비후보들을 제치고 지역 연고가 희미한 인사를 ‘정치적 중량감’만 앞세워 후보자로 낙점한 게 풀뿌리 정치인과 당원들의 소외감과 반발심을 키운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배국환(66) 삼표그룹 부회장을 성남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배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재정 관료 출신이다. 이후 감사원 감사위원과 인천시 정무·경제부시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서 쌓은 고위직 행정 경험이 중앙당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민주당원들 사이에선 배 후보의 빈약한 지역 활동 경력 등을 이유로 거부감을 표출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한 민주당원은 “지역에서 별다른 활동도 하지 않은 인물인데도, 중앙당 정치인들이 짬짜미로 낙하산 공천을 했다. 결과적으로 당원과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해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은수미 후보를 전략공천한 바 있다. 은 후보는 당선 뒤 내부 갈등과 각종 비리 의혹에 발목이 잡혀 4년 임기 내내 수사를 받았다. 지난 25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조신 민주당 성남시장 예비후보는 “밀실·야합으로 얼룩진 최악의 공천이다. 4년 전의 실패한 공천에서 대체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중앙당의 선택은 지방자치의 가치와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성남시가 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정치적 고향’이란 점을 들어 서운함을 표출하고 있다. 분당에 사는 한 민주당원은 “선진적 지방자치를 실현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8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성남시에서마저 이런 공천이 반복된다면 당원과 지지자들이 이를 어떻게 납득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지역 정가의 거센 반발에 민주당 경기도당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도당 관계자는 “당의 기조대로 공정한 경선이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가장 경쟁력 있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당이 선택한 만큼, 당의 뜻을 존중해 단합해야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