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서초구를 사랑하는 여성유권자’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전성수 서초구청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민 제공
보수 텃밭이라 ‘경선이 곧 본선’이란 얘기가 나오는 국민의힘 서초구청장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두 예비후보의 신경전이 과열되면서 심각한 경선 후유증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8일 오전 ‘서초구 여성 유권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민들은 국민의힘 전성수 서초구청장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을 덮어버린 전성수 서초구청장 예비후보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 예비후보가 인천시 행정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성추행을 당한 임기제 여성 공무원에 대해 조사 확인 의무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덮었다는 언론 기사를 접하고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예비후보는 통화에서 “조사·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건 명백한 거짓이고, 하나하나 반박하고 싶지만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두번 다시 사건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라며 “성추행 피해자가 원치 않는 내용을 부각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모략 선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전 예비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황인식 예비후보는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지칭으로 구설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황 예비후보는 서울시 대변인이던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를 호소한 직원’이라고 불러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황 후보는 “상대 캠프 관계자가 나를 박원순 전 서울시장 하수인이란 식으로 말하고 다니는 네거티브 전략을 썼다. 직업 공무원으로서 조직을 대변하는 역할이었고, ‘피해 호소인’이란 말도 1주일 만에 사과했는데 계속 나오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서초구청장 선거에는 국민의힘에서 6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사실상 전성수·황인식 예비후보의 양강 구도다. 전 예비후보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 행정과장, 청와대 선임행정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인천시 행정부시장 등을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대본부 국민공감미래정책단 부단장을 했고, 전 서초구청장인 조은희 국회의원이 지난 4·7보궐선거에서 서 울시장 경선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황 예비후보는 행정고시 합격 뒤 서초구에서 11년을 근무했고, 박 전 시장 시절 서울시 행정국장과 대변인 등을 지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뒤 한강사업본부장으로 일했다.
한편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한두 군데를 제외하곤 이번주 안에 후보들을 대부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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