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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110년 금단의 터’ 송현동 땅, 녹지광장으로 7~8월 중 개방

등록 2022-05-01 18:14수정 2022-05-02 02:32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 모습. 연합뉴스

서울 안국사거리에서 경복궁 쪽으로 걷다 보면 높이 4m에 길이 800m가 넘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수상한 땅’과 만나게 된다.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110년간 들여다볼 수도 없었던 ‘금단의 터’가 이르면 7월 공원으로 바뀌어 시민들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청와대 개방, 광화문 재개장에 맞춰 송현동 땅 3만4200㎡ 전체를 열린 녹지공간으로 조성해 7~8월께 시민들에게 공개한다”고 1일 밝혔다.

지난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송현동 땅 안에서 녹지공간 개발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송현동 땅 안에서 녹지공간 개발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송현동 땅은 근현대사의 오욕이 오롯이 담긴 곳이다. 조선왕조 초창기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완충지대로 남겨둔 곳으로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하지만 왕조가 쇠락한 조선 말기 명문 세도가들이 이곳에 저택을 지어 살기 시작했다. 일제에 주권을 강탈당한 1910년엔 식민 수탈기구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서면서 ‘금단의 땅’이 됐다. 광복 뒤 미군정은 이곳에 미군 장교 숙소를 지어 쓰기 시작했고, 내부를 볼 수 없게 높이 쌓은 담장 앞에 미국 해병대를 배치해 경비를 맡겼다.

1997년 주한미군은 우여곡절 끝에 송현동 땅을 포기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 반환하는 방식이 아닌 공개 매각 방침을 정했다. 2000년대 초 주한미군은 결국 이 땅을 민간 대기업인 삼성생명에 1억5천만달러에 팔았다. 땅을 사들인 삼성 쪽은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으나 청와대·고궁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 탓에 고도·용적률·건폐율의 엄격한 제한을 받아 개발에 실패했다. 2008년 삼성으로부터 2900억원에 땅을 사들인 대한항공도 ‘7성급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규제 해제를 기대했지만, 시민 여론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대한항공은 결국 지난해 12월 이 땅을 서울시에 넘기기로 했다. 서울시가 소유한 옛 서울의료원 남쪽 부지와 맞교환 방식이다.

그간 부지 평탄화 작업 등 기반조성 공사를 진행해온 서울시는 지난 29일 담장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담장은 오랫동안 북한산 경관을 가리는 ‘흉물’로 지적받아왔다. 시는 조성된 녹지공간에 광화문~북촌~청와대로 이어지는 녹지 보행로도 만들고,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가칭)이건희 기증관’을 9787㎡(전체 면적의 26%) 규모로 2027년까지 세울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110년 넘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공간인 만큼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기보다는 서울광장처럼 넓은 녹지광장에 최소한의 시설물만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송현동 땅을 가로막고 있던 철문을 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송현동 땅을 가로막고 있던 철문을 열고 있다. 서울시 제공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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