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시 서소문2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간은행’ 발대식.
시간을 저금할 수 있는 ‘시간은행’이 서울시에 생긴다. 서울시는 3일 “내 시간과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내가 쓴 시간만큼 ‘시간화폐’를 적립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신개념 품앗이, ‘서울시간은행’을 연다”고 밝혔다.
서울시간은행은 1980년대 미국에서 도입된 뒤 세계 40여개국에서 운영하는 ‘타임뱅크’ 개념을 차용했다. 타임뱅크는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화폐로 매개되지 않는 수많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시민들을 서로 연결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예를 들어 시간은행에 가입한 대학생이 동네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시간화폐를 적립하면, 나중에 시간화폐를 써서 다른 누군가에게 자취방 정리·정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선 2004년 경북 구미시가 ‘구미사랑고리 시간은행’을, 2019년 경기 안산시가 ‘안산톡톡 타임뱅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원가입은 오는 9일부터 인터넷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을 통해 받는다. 14살 이상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서울시내 4개 거점에 시간화폐 적립·사용, 이용자 연결 등을 지원할 코디네이터도 배치한다. 코디네이터가 활동하는 곳은 △국민대-정릉 지점 △방아골 종합사회복지관-방학2동 지점 △타임뱅크하우스-홍은동 지점 △서울시청 지점 4곳이다.각각의 거점에는 대학 연계모델(국민대 학생과 지역 주민 연결), 공간연계 모델(전 세대 복지관 이용자 연결), 지역 거점 및 ‘노노케어’ 모델(고령층끼리 서로 돌봄), 직장 기반 및 아이 돌봄 모델이 적용됐다.
서울시 시민협력국 김미정 지역공동체과장은 “시간은행이 상시적으로 운영되면 다양한 거점이 추가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초기엔 서울시 공무원들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겠지만 사업이 안정되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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