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2018년 12월18일 밤 서울역 택시승강장 인근. 승객을 태우려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회사원 김아무개(35·노원구)씨는 지난달 15일 자정 무렵 서울 강남역에서 택시를 불렀다가 허탕을 쳤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 건 포기하고 블루, 블랙 등 카카오 택시를 종류별로 다 불렀지만 허사였다. 결국 그는 새벽 5시까지 피시(PC)방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지난 주말인 4월30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자정께 서울 이태원역 부근에서 택시를 잡지 못해 또 새벽까지 피시방에서 시간을 때웠다. 서울은 심야 택시 대란 중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20일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4일에는 심야 택시 증차 방안을 내놨다. 심야 전용 개인택시 2700대와 법인택시 야간 조 300대를 포함해 모두 3000대의 심야 택시를 추가 공급한다는 게 이날 방안의 뼈대다. 방안대로 증차가 이뤄지면 심야 택시 대란은 다소 잦아들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밤 11시~새벽 2시 시간대 승객 수요 대비 택시 부족분은 4000대가량으로 서울시는 추산한다. 심야 전용 개인택시는 개인택시 3부제(가, 나, 다) 외 별도의 ‘야간 전용 조’(9조) 택시를 가리킨다.
순조로운 증차를 위해 서울시는 개인 택시기사에게 운행시간 확대 등의 당근책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심야 전용 개인택시 운행시간을 밤 9시~아침 9시에서 오후 5시~아침 9시로 4시간 더 늘렸다. 일요일 의무 휴무제도 없앴다. 주 7일 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민철 서울시 택시면허팀장은 “하루 4시간 더 운행하면 평균 8만원 수익이 는다. 20일만 일해도 추가 수익은 160만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달 10~13일엔 목표치인 2700대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심야 전용 택시 지원자가 밀려들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자료를 보면, 4월20~28일 매일 9~26명 정도만 심야 전용 택시 변경 신청이 들어왔는데 운행시간 연장 합의 직후인 29일엔 신청자가 96명, 5월2일엔 363명에 이르렀다. 이수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대외홍보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법인택시 기사들이 코로나19 이후 많이 전직하면서 운행 대수가 크게 줄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개인택시뿐”이라며 “5월부터 매일 수백명이 심야 전용 택시 변경 신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법인택시 야간 조도 300대 추가 공급한다. 법인택시 2만2603대(2월 말 기준)는 주간 조와 야간 조를 약 절반씩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다만 실제 운행률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개인택시들이 휴무일에도 밤 9시~새벽 4시엔 야간 운행을 할 수 있는 ‘한시적 부제 해제’를 실시한 바 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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