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 출근 행렬. 연합뉴스
회사원 홍아무개(36)씨 부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지난해 1월 고심 끝에 경기 과천시의 18평짜리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홍씨는 “둘 다 서울 생활만 30년 넘게 했으니 떠나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았고, 고민 끝에 신도시 청약 당첨을 기대하며 과천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출퇴근이다. 서울 중구에 있는 회사까지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만 40분이 넘게 걸린다. 홍씨는 “그나마 나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직장까지 차가 막힐 땐 2시간 정도를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씨처럼 서울과 주변 지역을 오고 간 이들의 이주 사유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12일 공개한 ‘수도권 내 서울 인구 전출입 패턴과 요인’ 보고서다. 최근 5년 동안 서울 전출입 경험이 있는 서울·경기·인천의 20~69살 남녀 2085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한 설문조사와 통계청의 2020년 인구이동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서울시민의 전출 사유는 주택과 가족 문제가 많았다. 임대차계약 만료 등 ‘주택 문제’ 때문에 18만2929명이 서울을 떠났고, 결혼 등 ‘가족관계’ 사유로도 16만3836명이 서울 밖으로 나갔다. 직장, 교육, 생활환경 등의 사유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로 이주해 온 경우는 ‘직장’과 ‘가족 문제’가 주요 사유로 꼽혔다. 취업과 직장 이동 등을 이유로 18만2666명이 서울로 거주지를 옮겼고, 임대차계약 만료 등의 이유로 들어온 이는 11만8606명이었다.
이주할 때 주로 고려하는 사항은 ‘주택 크기’와 ‘교통’이었다. 하지만 구체적 순위는 서울로 들어오는 경우와 서울에서 나가는 경우가 달랐다. 서울에서 경기·인천 지역으로 옮기는 이들의 이주 사유는 주택 면적(31.39%), 교통 편리성(19.09%) 차례였다. 반면 경기·인천 지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이들은 교통 편리성(48.85%), 주택 면적(12.65%) 순서로 이주 사유를 꼽았다. 더 넓은 집을 찾아 ‘탈서울’ 하고, 교통 편의를 위해 ‘인서울’ 한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빠져나간 이들이 옮겨간 곳은 경기 하남, 화성, 김포, 시흥, 남양주 등이었다. 하나같이 대단위 아파트 개발이 활발한 지역들이다.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이사 간 이들의 이주 전후 자가 보유율은 30.1%에서 46.2%로 높아졌다. 집을 사기 위해 서울 밖으로 이주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아파트 거주 비율도 이주를 기점으로 42.6%에서 66.8%로 24.2%포인트 올랐다. 반면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들어온 경우에 자가 비율은 43.7%에서 26.3%로, 아파트 거주 비율은 60.0%에서 43.7%로 떨어졌다.
김상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을 떠나는 이들의 연령대는 처음 취업을 하거나 결혼·출산을 하는 30대가 가장 많다”며 “예산 범위 내에서 좀 더 쾌적한 아파트를 찾아 서울을 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기·인천으로 ‘탈서울’ 하더라도 ‘활동 중심지’가 서울인 경우가 절반에 육박했다.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이주한 943명에게 활동 중심지를 물었더니 438명(46.5%)이 ‘서울’이라고 답했다. 반면 경기·인천에서 ‘인서울’ 한 917명 가운데 90.4%는 서울이 활동 중심지였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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