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부터 30일 새벽 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리의 농로가 유실되고 논이 침수하면서 토사가 유입되는 피해를 입었다. 서산시 제공
이틀째 이어진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크고 작은 비 피해와 교통 통제가 잇따랐다. 1일에도 중부 지역에 비 예보가 있어 침수 피해와 교통 혼잡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9일 오후 3시부터 30일 저녁 7시 현재까지 수원 330.2㎜, 경기 광주 317.5㎜, 강원 화천 광덕산 221.1㎜, 충남 서산 291.2㎜ 등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비로 주요 도로의 교통이 통제되고 빗길 교통 사망 사고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중랑천 수위 상승에 따라 아침 6시43분부터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수락지하차도~성수JC) 교통을 전면 통제했다. 오전 한때 중랑천 수위가 내려가면서 오전 11시30분부터 통행 제한이 풀렸으나 계속 비가 내려 수위가 오르자 오후 1시25분부터 다시 통제했다. 서울 반포대교 밑 잠수교도 오전 9시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6800톤을 넘기면서 잠수교 수위가 차량 통제 기준인 6.2m 이상으로 차오른 탓이다. 올림픽대로 여의 상류 나들목(IC) 교통도 한강대교 수위가 오름에 따라 오전 11시40분부터 전면 통제됐으며, 내부순환로와 서부간선도로 일부 구간도 통제됐다.
호우에 따른 차량 고장도 속출했다. 한 예로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한 전기버스는 와이퍼와 자동문이 작동하지 않는 고장을 일으켰다. 이 전기버스에 탄 회사원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에 “버스 기사가 회사에 ‘퓨즈가 나간 거 같다’고 전화를 걸었다. 버스 앞문으로 승하차를 하면서 정차 시간이 길어지고 와이퍼 작동 불량으로 서행 운전하면서 평소보다 30분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1호선 세류역 지하 통로가 침수되면서 세류역을 지나는 전동차들은 오전 한때 상하행선 모두 무정차 통과했다. 권선구 고색동 중고차 매매단지에서도 많은 차가 물에 잠겼다.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벌말 지역과 가평군 가평읍 읍내리 아파트 지하실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인천은 전날 오후 4시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호우 피해 신고 87건이 접수됐다. 새벽 4시18분에는 인천 계양구의 한 빌라 지하가 물에 잠겼고, 새벽 5시48분에는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도로가 일부 침수됐다. 아침 8시51분 인천 계양구에선 터널이 침수돼 한 차량이 고립됐다. 차에 타고 있던 30대 여성은 119 구급대에 의해 구조됐다.
집중호우는 충남 지역도 덮쳤다. 충남 서산시 음암면 신장리 국도 통로 안에 1톤 화물차가 침수돼 차량 진입이 통제됐으며, 석남동의 한 다가구 건물은 1층이 침수되고 차량 10여대가 빗물에 잠겼다. 운산면 수당리 갈산천과 고산천에선 각각 다리와 둑이 무너졌다.
인명 사고도 일부 있었다. 인천 계양구 서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서운분기점에서 일산 방향으로 달리던 아반떼 차량이 1차로에서 빗길에 미끄러졌다. 차 밖으로 나와 도로에 서 있던 운전자 30대 남성이 다른 차량에 치여 숨졌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에선 60대 노동자가 폭우로 생긴 물웅덩이에 빠져 숨졌다.
비 피해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5시 기상청은 서울, 인천, 경기 북부, 강원 중·북부 내륙·산지에 1일 오후 3~6시 30~80㎜, 많이 오는 곳은 12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한강 수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팔당댐 방류량도 늘어날 수 있다. 손경철 서울시 하천관리과장은 “팔당댐 방류량은 이날 오후 최대 초당 7800톤가량 방류했다가 오후 늦게 6600톤 정도로 줄였다. 이후 방류량과 한강 수위를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관계기관에 “하천변, 저지대, 지하차도 등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 우려 지역을 철저히 통제하라”고 지시했다.
김선식 박경만 이승욱 송인걸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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