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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카트 1만대, 누가 다 옮기나…60번의 해고 통지서

등록 2022-07-06 11:30수정 2022-07-07 02:42

인천공항 60여명 4개월 뒤 해고 통지서
정규직 아닌데 ‘60살 정년’ 이유로 들어
코로나로 인력 줄여 노동강도 세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로비. 어디선가 19세기 미국 가곡 ‘즐거운 나의 집’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수하물 카트 관리 노동자가 전자식 견인기계로 카트를 옮길 때 나는 소리였다. 카트 노동자 ㄱ씨는 “코로나19로 이용객이 줄었을 때와 비교하면 노동강도가 크게 늘었다. 벌써 1만5000보 걸었는데 오늘 업무가 끝나면 2만5000보 정도 걷게될 것 같다”고 했다.

ㄱ씨가 하는 일은 공항 출·입국 터미널이나 주차장 등에서 공항 이용객이 사용하고 남긴 빈 카트를 수거한 뒤 공항 내 정해진 장소로 옮기는 일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운영되는 카트는 1만대 정도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한 터미널에 14명이 팀을 이뤄 일했지만 지금은 적은 날은 6명, 많은 날은 8명이 일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강제휴직 때문이다. 노동자 1명이 담당하는 구역도 덩달아 늘었다. 이날 기자가 5시간 동안 따라다닌 ㄱ씨의 이동 거리는 5㎞가 조금 넘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노동강도가 세지고 있지만, 카트 관리 인력의 원상 회복은 더디게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4개월 뒤엔 60명이 추가로 일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다. 카트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가 60살을 넘긴 직원들과의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카트 관리 노동자가 기계를 이용해 카트를 한데 모아 운반하는 모습.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카트분회 제공
인천공항 카트 관리 노동자가 기계를 이용해 카트를 한데 모아 운반하는 모습.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카트분회 제공

카트 노동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계약을 맺은 광고대행업체 소속이다. 회사는 카트에 붙는 광고를 유치해 발생한 수익으로 카트 노동자를 고용·관리한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회사는 1962년 이전 출생자 60명에게 해고 예정 통지서를 전달했다. 취업 규칙상 정년이 60살이라는 이유였다. 희망자에 한해 4개월 동안 계약을 연장하는 촉탁 계약을 맺었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추가 연장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

ㄱ씨는 “원래 60살이 넘어도 계속 계약을 연장했는데, 지난해 공항쪽과 계약한 업체가 바뀐 뒤 정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에 낸 ‘알기 쉬운 60세 정년제 문답집’에는 “정년제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의 당연 퇴직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간을 정하고 계약을 하는 기간제 노동자는 정년제 자체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는 정년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고령자 비율이 커져 업무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는 이유다.

물론 인천공항공사와 카트 운영업체가 맺은 계약에는 카트 관리 인력 정원을 169명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60명을 해고한 뒤 부족 인력을 채울 수 있을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의 우려다. 오태근 공공운수노조 카트분회장은 “(회사는) 고령 노동자를 상대적으로 젊은 40~50대 노동자로 대체하기 위해 해고가 필요하다는 명분이지만, 채용 공고를 내 새로 충원한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이나 노동 환경이 안 맞아 다 빠져나가는 실정”이라며 “이 상태면 11월 이후엔 공항 이용객 증가와 노동 인력 부족으로 업무 강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회사 쪽은 “11월까지 정년 규정을 만들기 위한 단체 교섭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촉탁 계약도 그때까지 고용 규모를 유지하려고 맺은 것”이라고 했다. 현재로선 고용 규모를 줄일 계획은 없다는 뜻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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