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있는 갯벌체험장. 관람객이 갯벌에 내려가 게를 잡고 있다. 이승욱 기자
21일 오후 3시께 인천 남동구 소래습지생태공원 한쪽에 마련된 갯벌체험장에는 아이와 어른 7~8명이 뜰채와 호미, 갈퀴를 들고 게 잡이에 한창이었다. 갯벌에 들어가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이곳은 지난 6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재개장하면서 사실상 새로 마련됐다. 체험장은 소래 갯골 공유수면 76만8899㎡ 중 1만3200㎡ 규모에 이른다. 공원 매점 주인은 “입소문이 났는지 주말만 되면 체험장을 찾는 이들이 제법 몰려온다”고 귀띔했다.
평화로운 이 풍경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소래 갯골 모니터 활동을 정기적으로 해온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체험장이 소래 갯골의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발농게의 개체수 변화 등에 주목한다. 체험장을 품고 있는 소래 갯골은 흰발농게의 대표 서식지로 꼽힌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모니터링을 하면 흰발농게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주변 갯골에선 발견되지만 체험장 인근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갯벌체험장이 이미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펄 놀이를 하는 게 흰발농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지난해 11월 김태원 인하대 교수(해양과학과)가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송도 갯벌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를 보면, 0.5㎡ 면적을 짧은 시간 동안 60번을 밟고 나서 1시간 뒤 흰발농게 개체수(관측치 기준)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체험 활동을 위해 사람들이 갯벌을 많이 밟게 되면 펄에 가해지는 압력도 커지게 되고 이에 흰발농게는 움직임이 둔화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답압 활동(갯벌 밟기 등) 뒤 6주가 지나도 흰발농게의 활동성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시 해양친수과 쪽은 “체험장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의 주문을 일부 수용해 계획도 수정했다”고만 밝혔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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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있는 갯벌체험장. 이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