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도시건축전시관에서 개막한 서울건축문화제 전시장.
미로처럼 이어진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따라 지하 3층으로 내려가자 흰색 칸막이로 나눈 13칸 공간이 나왔다. 첫 칸부터 생경한 이미지가 눈길을 잡아끈다. 20층 이상 고층아파트들 아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진이다. 올해 ‘서울특별시 건축상’(이하 ‘건축상’) 대상 수상작인 서울 신길중학교 모습이다.
학교를 왜 양옥처럼 지었을까. 설계를 맡은 이집건축사사무소(대표 이현우)의 설명은 이렇다. “학교가 집처럼 정서적인 편안함을 주는 생활공간이자, 신길뉴타운 이전의 마을처럼 오밀조밀한 건물과 마당이 어우러진 우리 기억 속의 집의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2022 서울건축문화제’(이하 ‘문화제’)가 개막했다. 이날 건축상 수상작 전시 공간부터 둘러봤다. 올해 40회를 맞은 건축상 완공부문에선 총 13개 수상작이 나왔다. 건축적으로 우수하고 공적인 가치도 구현했다고 평가받은 작품들이다. 건축 비전공자로서 설계도와 전문용어 앞에선 고개를 떨궜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실존 건축 사진과 모형에서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위진복 문화제 총감독은 “건축물 주소를 저장해두고 기회가 나면 현장을 찾아가보는 것도 전시회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전시장 들머리에 건축상 수상작 목록과 함께 주소를 적어둔 이유다.
서울건축문화제에서 전시 중인 제40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완공부문 대상 수상작 신길중학교 모형과 사진.
한쪽 벽에선 역대 건축상 변천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1979년 이후 수상작의 당시 모습과 현재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는 영상이다. 위진복 총감독은 “시대마다 어떤 건축물이 수상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최근 2년 연속 대상 수상작이 학교인 점도 시대 변화의 한 단면이다. 그동안 늘 똑같은 형태로 찍어내던 학교 건물을 다르게 짓기 위해 건축가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수년간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의 공간을 포착한 시민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었다. 시민 사진·영상 공모전 ‘나와 함께한 건축 이야기’ 수상작들이다. 대상작 ‘식물 공동주택’ 등 16개 작품이 있다. 나머지 공간은 학생 작품으로 채워졌다. 올해 건축상은 국제학생작품부문을 신설해 10개 작품을 선정했다. 건축 아이디어를 사진·모형·영상·글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대상 수상작은 맨몸을 그대로 드러낸 고층 철골구조물(작품명 Liberating Columns)이다. ‘마감재를 과감히 벗겨 던지고, 아름답게 구축된 구조체를 그대로 노출했다.’ 수상자 장호준(연세대 건축학과 4학년)씨는 “건축을 사회문제 해결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한 걸음 물러나 건축 구조 자체에 대한 얘길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이 건축물 아래 있으면 기분이 어떨까 상상해보는 것이 오히려 건축 전시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건축문화제는 오는 25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글·사진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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