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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는 인류 전체의 땅…보존 못하면 세계에 부끄러울 겁니다”

등록 2022-09-18 20:57수정 2022-09-19 02:35

[짬]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2022 렛츠 디엠제트 포럼’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박경만 선임기자
‘2022 렛츠 디엠제트 포럼’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박경만 선임기자

“디엠제트(DMZ·비무장지대)의 가치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훨씬 더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70년간 인간 활동이 배제된 자연생태계로서의 가치는 다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지요.”

국내 대표적 생태학자로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지난 16일 디엠제트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경기도가 주최한 ‘2022년 렛츠 디엠제트 포럼’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와 대담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디엠제트포럼 조직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 교수를 1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만났다.

‘렛츠 디엠제트 포럼’ 공동위원장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개막 대담
“생물다양성 보고로 외국서 더 주목”
“전쟁·생태 가치 다 지닌 관광자원”

하버드대 은사 윌슨 교수 가르침
“남북통일된 뒤 조사해보면 신날 것”

“디엠제트는 이제 인류 전체에 속한 땅이 되었어요. 언젠가 우리나라가 통일이 됐을 때 디엠제트를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면 세계가 우리를 선진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최 교수가 “디엠제트는 더 이상 우리나라 땅이 아니다”고 선언한 것은 국립생태원장 시절 세계생물다양성협약에 의장으로 초청받았을 때였다. “장난스럽게 얘기한 건데 그때 제가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를 좀 했습니다. 한번 상상해보세요. 탄자니아의 세렝게티국립공원을 어느 날 탄자니아 정부가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칩시다. 세계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마 전 세계인이 다 들고 일어나 ‘너희 나라지만 그럴 수 없다’며 난리가 날 거예요. 저는 디엠제트가 거의 그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가 디엠제트를 망가뜨리며 다 개발해 버린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없이 추락할 것”이라며 “디엠제트 보전은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

그가 디엠제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학시절 지도교수였던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영향 때문이었다. “지난해 겨울 돌아가신 윌슨 교수님은 디엠제트에 관심과 궁금증이 굉장히 많으셨어요. 찾아뵐 때마다 “디엠제트는 잘 있냐”(How is DMZ?)라고 물으셨죠. 교수님은 제게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언젠가 우리가 들어가서 조사할 날을 생각해봐라.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냐’고 늘 말씀하셨지요.”

1994년 서울대 교수로 귀국한 그는 디엠제트 포럼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다가 국립생태원장이 되자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군의 협조를 받아 디엠제트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상당히 많은 영상자료를 모았어요. 어떤 형태로든 조사와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해서 디엠제트 관련 자료를 많이 축적해 놓는 게 필요합니다.”

그는 관광 자원으로도 디엠제트의 활용이 폭발적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제 지도교수께서 디엠제트를 공원으로 만들라며, 미국으로 얘기하면 게티스버그 국립공원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합쳐 놓은 것 같은 개념의 국립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요세미티는 생태고, 게티스버그는 전쟁 역사를 담은 곳인데 한반도 디엠제트는 그 두 개를 다 갖고 있어요. 그걸 제대로 하면 전 세계인들이 한 번씩 와보고 싶어 하는 곳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대한민국에 관광 오신 많은 분들이 임진각을 방문하는데, 전쟁의 아픔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환경은 온대지방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이 두 가지를 다 보여드리겠다고 하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상황이 다르지만 통일이 되려면 독·서독처럼 많은 교류를 쌓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독일의 생태학자이자 언론인인 캐롤라인 뫼링이란 분이 ‘환경, 스포츠, 음악과 같은 소프트한 분야부터 하나씩 교류하다 보니까 어느 날 우리 곁에 그냥 통일이 다가와 있더라’고 얘기를 하더군요. 우리도 다짜고짜 평화를 들이밀 게 아니라 스포츠, 예술, 음악, 문화, 학술 등을 가지고 자꾸 교류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꼭 누가 합치자고 안해도 그냥 같이 사는 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날 김동연 지사와 대담에서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했으나, 나무의 종다양성이 너무 빈곤하다”며 “북한 지역 산림녹화에 대비해 디엠제트를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거대한 양묘장으로 개발해달라”고 경기도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인 디엠제트 보존방안으로 10~20년 전부터 디엠제트에 새로 건설하는 도로는 모두 고가도로로 하자고 제안해왔다. “기껏해야 길이가 4㎞라 충분히 가능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생태계가 단절되는 걸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북을 잇는 주요도로만 열 몇 개가 되는데 통일이 됐는데 정부가 생물 보존 차원에서 길을 연결시키지 않겠다고 하면 지역 주민의 반발을 막아낼 도리가 없을 겁니다.”

그는 “디엠제트의 생태계 보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발을 최소화하고 보존을 기본으로 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고하게 이루는 것”이라며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국민과 소통하면 우리 국민은 충분히 이해하시고 먼저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DMZ 포럼은 접경지역 그린 거버넌스, 경기도-황해도 농업 교류협력 전략, 기후위기 남북 공동대응을 위한 지방정부 역할, 경기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 추진방안 등 15개 학술 포럼을 진행했고, 오는 24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경기북부 도민 200여명과 진행하는 도민포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박경만 선임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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