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에스케이주식회사 씨앤씨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톡 등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정보기술(IT) 관련 서비스 먹통을 불러온 경기 성남시 에스케이(SK) 씨앤씨(C&C) 판교캠퍼스(이하 데이터센터)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16일까지 오리무중이다. 화재 원인은 상당한 규모에 이를 피해 보상·배상 분담 문제와 얽히는 터라 에스케이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둔 정보기술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 등 당국은 17일부터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정밀감식에 들어간다.
화재 발생 지점은 명확하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와 소방당국은 16일 오전 1시간 남짓 진행한 1차 현장감식을 통해 발화 지점을 데이터센터 A동 지하 3층의 ‘무정전 전원 장치(UPS) 3E-1랙 주변’으로 특정했다. 여운철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하 3층 전기실에는 랙 5개가 1세트인 랙 30세트가 있다. 그중 한 세트인 3E-1(랙 5개)이 완전히 탔다. 배터리 또는 랙 주변에서 ‘전기적인 요인’으로 인해 화재가 시작된 것 같다”고 밝혔다. 랙은 여러 배터리를 올려둔 선반을 뜻한다. 랙은 배터리를 서로 연결하거나 외부로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 얽혀 있다.
하루 뒤인 17일 오전 11시께부터 3일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 전기안전공사의 합동감식과 분석 활동이 시작된다. 발화 지점이 특정된 만큼 발화 원인 규명이 목적이다. 1차 감식에서 추정한 ‘전기적 요인’의 구체적인 양상을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여운철 과학수사대장은 “배터리와 랙 자체에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배선 문제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확한 발화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이 드러나면 피해 보상·배상 분담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에스케이 쪽과, 데이터센터에 둔 서버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금융·정보기술 서비스를 해온 카카오·네이버 등이 보상·배상 분담 비율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에스케이 쪽이 매뉴얼과 시스템에 따라 화재 대응에 나선 사실을 부쩍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에스케이 쪽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랙에서의 이상 발열이 시스템적으로 감지가 됐고 그에 따라 자동으로 해당 구역이 차단되고 방화가스도 주입됐다. 불과 연기에 따른 서버 직접 피해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까닭”이라며 “(아이티 서비스 중단을 가져온) 전원 차단은 소방당국과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박경만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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