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왼쪽)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비슷한 사안에 대해 내놓은 서로 다른 유권해석이 감사원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유권해석 과정에서 전 위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한 직권 남용 혐의가 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전 위원장과 권익위는 감사원의 이런 판단에 펄쩍 뛴다.
문제의 사안은 2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2020년 9월 권익위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직무와 검찰의 추 장관 아들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 수사가 ‘이해 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권익위는 “이해 충돌은 사적 이해관계와 직무 관련성 두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추 장관은 자녀 수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권익위원장은 그 석달 전 취임한 전현희 현 위원장이다. 비슷한 사안은 그로부터 1년쯤 전인 2019년 10월에 있었다. 당시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씨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 대해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감사원이 문제 삼은 건 2020년에 2019년 때와 다른 유권해석이 나오는 과정에서 전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권해석은 위원회 의결 사안이 아닌 터라 위원장이 개입할 법적 권한은 없다.
권익위도 2020년 9월 유권해석 뒤집기 논란이 인 뒤 낸 해명자료에서 “유권해석은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2020년 9월16일)라고 밝힌 바 있다. 전 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유권해석 결론은 전적으로 엄중한 권익위 유권해석 시스템에 의한 결과”(2020년 9월20일)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과 권익위의 당시 해명이 사실과 다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8월1일부터 두달에 걸쳐 권익위 조사를 진행하면서 전 위원장의 유권해석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왔다. 권익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해당 결재 라인에 있는 이들은 모두 관련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유권해석의 실무 라인인 부패방지국장, 행동강령과장, 행동강령과 소속 사무관 3명 모두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 사실이 알려지자 권익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권익위 쪽은 “위원장도 감사원 수사 의뢰 사실을 언론 보도로 알았다”며 “애초 내일(26일) 예정된 위원장 브리핑은 직접 대면 조사 요청이 주제였는데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대한 입장 발표로 내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지난 18일 감사원에 공문을 보내 국정감사 종료 뒤인 오는 27일 또는 28일에 위원장 대면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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