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면서도 정작 사퇴론엔 거리를 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마음의 책임이 크다”고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경찰이) 참사를 고의로 방치한 것 같다. 세월호 선장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란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고 있는 사퇴 요구에 대해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나”라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이 장관은 답했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대통령실과의 논의도 없었다고 이 장관은 확인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사퇴 의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박 구청장은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상 규명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따져 묻자 박 구청장은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이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현장에 파견된 용산구청 직원으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한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에 공무원은 안 나갔나”, “구청 공무원에게 보고를 못 받았나”라고 묻자, 박 구청장은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보고는 못 받았다”고 답했다.
참사 당일 경남 의령군의 축제 초청 공문을 받고 방문했다는 기존 박 구청장의 해명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10월29일이 아니라) 전날인 28일 개막식 초청 공문을 받은 게 아니냐”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 박 구청장은 “공문은 받았다”면서도 “개막식은 평일 근무일이어서 영상을 보냈다”고 밝혔다. 지역 축제 참여 초청으로 의령을 방문한 게 아니라 의령군수 면담이 참사 당일 의령 방문의 목적이었던 셈이다.
정부의 대응 실패에 대한 질타는 여야 막론하고 쏟아졌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해 “참사 방조, 구경꾼, 살인 방조자다. 당장 체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인재이자 관재”라며 “이상민 장관은 참사 후 책임을 회피하고 유족을 분노케했다. 장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물러나는 것”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주요 책임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핼러윈 기간 사고 위험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예측하지 못했다. 주말이긴 했지만 그 시간(참사 당일)에 서울 근교에서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상황실에서 인지했다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또 “(참사 당일) 마약 관련 범죄 예방 활동에 형사들이 투입된 건 제 지시에 의한 게 맞다”고도 말했다.
이승욱 선담은 손지민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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