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최초 신고 접수해 ‘가정 내 노인 학대’로 판정한 1883건 중 수사 의뢰나 고발 조처로 이어진 사례는 10건(0.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각지에 있는 37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하루 24시간 노인 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 조사와 학대 여부 판정을 수행한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사례 중에는 아버지(98)를 5년 이상 매일 학대한 ㄱ(64)씨, 아내(72)를 5년 넘게 각목 등으로 폭행한 ㄴ(72)씨도 있다. ㄱ씨는 아버지를 칼·가위로 위협하고, 옷을 모두 벗긴 뒤 이불을 뒤집어 씌워 물을 붓거나 폭언·욕설을 했다. 하지만 기관은 ㄱ씨와 ㄴ씨를 ‘가정 내 노인학대’로 판정하고도 수사 의뢰 또는 고발 조처를 하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2일 “노인복지법 상 노인 학대 핵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닌데도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들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만 고발하도록 하는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에 ‘노인학대 대응체계 실효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제도를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각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현장 조사 기한(응급 12시간 이내, 비응급 48시간 이내)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자체 업무수행 지침에 따라 가정 내 학대 사건은 응급 12시간 이내, 비응급 72시간 이내 현장 조사를 하도록 했고, 시설 내 학대 사건은 아예 규정조차 마련해두지 않고 있었다. 이밖에 권익위는 ‘노인 학대’ 전과자를 대상으로 10년간 노인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는 노인복지법이 노인 돌봄 서비스 제공기관, 장애인 활동지원 기관 등을 취업 제한 기관 목록에서 빠뜨린 점도 법령 개정을 통해 개선하도록 복지부에 권고했다. 또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년마다 노인 생활·이용 시설을 평가하고 우수기관을 선정하면서 ‘노인 학대 발생 여부’를 평가 지표에서 누락한 점도 개선을 권고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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