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 도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메시지가 ‘역풍’을 맞고 있다. 입석 승차 금지에 따른 광역버스 승차난을 버스업체 탓으로 돌리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월드컵 축제를 즐기자’고 독려한 글이 비판과 반발을 부른 것이다.
김 지사는 ‘광역버스 입석 승차 금지로 불편이 크다. 경기도가 대책도 없는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글이 잇따르자,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입석금지는 (경기)도와 사전 협의 없이 (버스업체인)케이디(KD)운송그룹이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후사정을 따져보면 김 지사의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7월21일 보도자료를 내어 “서울 출퇴근 광역버스 이용객 증가로 입석 운행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입석 이용실태를 파악하고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교통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석 달 전부터 경기도가 대책마련을 홍보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승차난 해소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 도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사기업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특히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고속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대중교통은 입석을 금지하고 있어, 이번 입석 승차 중단은 당연함에도 마치 버스업체가 횡포를 부린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버스업계의 입석 승차 중단 예고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 승차 중단이 현실화되자 뒤늦게 68대의 버스를 내년 초까지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김 지사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 모입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젊음의 열기를 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요한 권리”라며 “세계인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 모입시다!”라고 독려했다. 이는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달 31일부터 11월9일까지 경기도청 1층에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차려 놓고 열 차례 이상 조문해 애도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축제를 즐기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집단 응원 행사를 자제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현수(45·성남시 분당구)씨는 “밤늦은 시간에 인파를 몰아넣고 거리 응원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참사를 겪은 시기에 좀 더 차분하게 월드컵을 준비해야지 도지사가 나서 집단 응원전을 독려하는 것은 정치적 인기몰이만 생각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경기도청 한 공무원도 “축구가 24일 밤 10시에 시작하지만, 응원전이 끝나는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어야 한다”며 “안전대책이나 수송대책도 충분히 강구해야 하는 데 걱정”이라고 거들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입석 승차 중단 문제에 대한 지사의 언급은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응원전 관련 메시지와 관련해선 "10·29 참사가 핼러윈 축제에 참가한 젊은이들의 문제가 아닌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정부의 책임인 만큼, 경기도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응원전에서 젊은이들의 안전에 대해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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