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살아온 터전을 한순간에 잃을뻔 한 인천 한센인 정착촌 부평마을 주민들이 상생 방안을 마련해 마을을 지키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9일 인천시 남동구청에서 현장 조정회의를 열어 무허가 건축물 문제 해결 및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부평마을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1949년 부평마을 위치에 수도권 일대 한센인들이 강제 이주돼 환자촌이 형성됐고, 1968년 12월 국립부평나병원이 해체된 후 이곳은 완치된 228명이 거주하는 정착촌이 됐다. 부평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축사를 지어 축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1986년 이 지역이 준공업지역으로 변경되자 무허가 축사를 공장건물로 개조해 임대해 왔다.
지난 7월 인천 남동구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부평마을의 화재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자 마을 내 전체 건물 197개 동을 모두 철거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정착민들은 “정착촌 건물에 대해 30여 년 동안 한 번도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관리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마을에 있는 모든 건물을 한 번에 철거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남동구를 비롯한 유관 기관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이날 조정안을 마련했다. 남동구는 마을 전체 무허가건물에 대한 철거 명령을 취소하고, 건물의 용도·구조 등을 조사한 뒤 대장을 작성·관리해 화재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남동소방서는 정착촌 화재안전사고 예방 합동훈련과 특별교육에 협력하고, 화재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수립‧추진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들도 화재안전 대책 추진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