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수도권

수십년 된 부천 근대 산업 유산…철거 하루 앞두고 구출

등록 2022-12-11 16:40수정 2022-12-11 17:04

9일 경기 부천시에 있는 삼양중기 목형공장 2층에 다양한 형태의 목형이 놓여있다. 이승욱기자
9일 경기 부천시에 있는 삼양중기 목형공장 2층에 다양한 형태의 목형이 놓여있다. 이승욱기자

“어어 중지! 중지! 너무 커서 장비 위치를 바꿔야돼”

9일 오전 9시30분쯤 경기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삼양중기(삼양홀딩스 부천사업소) 2층에서 이사업체 직원들이 거대 목형을 트럭으로 옮기고 있었다. 삼양중기는 각종 산업 기계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사무동, 목형공장, 주물공장, 기계공장이 모두 한 공간에 모여있어 기계설계부터 거푸집 제작, 부품 생산, 조립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이 중에서 목형공장은 거푸집을 만들 때 필요한 모형을 만들던 곳이다. 목형은 실제 산업 기계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보면 이 기계가 어떤 기계였는지 유추가 가능하다. 이날 오후에는 사무동에서 기계 설계도를 옮기는 작업도 진행됐다. 이렇게 확보한 목형과 기계 설계도는 부천 오정구에 있는 작동 군부대로 옮겨졌다.

당초 목형과 기계 설계도는 모두 사라질 처지였다. 지난 5월 삼양중기 부지와 주변에 아파트단지를 짓는 사업이 부천시 건축위원회를 통과하고 10월부터 철거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후 이곳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일부 설계도와 목형을 지역 산업 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 나섰고 미온적이던 부천시도 힘을 보탰다. 결국 공장 부지의 소유권이 아파트 건설 시행사 쪽으로 옮겨가기 하루 전인 이날, 일부 목형과 설계도 이전이 가능해졌다. 지역의 산업·문화유산을 기록해온 김은희 작가는 “마지막까지 목형, 설계도 이전 일정이 안 잡혀서 걱정했다. 이틀 전에 갑자기 이전 작업 일정이 잡혀 현실적인 시간도 부족했지만 잘 끝난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했다.

삼양중기는 1970년 문을 연 ‘이천물산 주물공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삼양그룹으로 팔려 2009년 삼양엔텍으로 사명이 바뀌었고 2014년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됐다. 하지만 기계 산업의 쇠락으로 2018년 결국 가동을 멈췄다.

이날 삼양중기에서 확보한 목형은 대형 산업 기계를 제작할 때 사용한 것이라 근대 산업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대형 산업 기계는 국내에서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김 작가는 “이곳에서 36년간 기계공으로 일했던 신길룡(70)씨가 직접 선별한 것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천시는 삼양중기에 이어 삼성반도체, 유한양행, 한미재단 등 지역에 있는 대형 산업 시설의 자료를 모으는 일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1.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2.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3.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