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을 꿴 나무 꼬치는 새것일까 재활용일까? 적어도 내년부터 서울 강서구에선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9일 서울 강서구의회에 ‘어묵꼬치 조례안’(서울특별시 강서구 어묵꼬치 등 꼬치 목재류 재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전국 최초다. 원안은 ‘재활용 금지’였으나 의회 논의 과정에서 폐기나 교체를 구청장이 계도하는 쪽으로 다소 완화돼 제정됐다.
조례안을 발의한 이는 김지수 강서구의원(미래복지위·국민의힘)이다. 김 의원은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제처와 강서구 의견 등에 따라 자치구에 계도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수정한 안이 통과됐다”며 “조례안 발의 준비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조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재사용 금지’가 수정된 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견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꼬치 재사용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해당 법률 유권해석 및 집행기관인 식약처는 “세척·살균하는 등 청결하게 유지·관리된 나무 꼬치는 재사용할 수 있다”란 의견을 내놨다. 법제처는 이 의견을 김 의원에게 전달하며 “재사용 금지는 상위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로 ‘어묵꼬치 조례’가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는 김 의원이 동네 시장에서 만난 주민의 하소연이었다. 김 의원은 “화곡동 전통시장에 장을 보러 갔는데 한 할머니가 ‘어묵 절대 사 먹지 마라. 그거 먹고 내가 병원 실려 갔다’고 하셨다. 어묵가게 중에는 뜨거운 국물에 들어가면 살균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꼬치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는 가게들이 더러 있는 것 같았는데, 할머니 말에 어묵꼬치의 위생에 대해 경각심이 들었다. 상인과 시민들 인식 개선을 위해 조례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묵꼬치 조례’ 제정에 따라 강서구는 내년부터 어묵꼬치를 재사용하지 않는 가게들에 인증마크를 발부할 예정이다. 최순향 강서구 위생관리과장은 “꼬치 재사용은 법적으론 가능하기 때문에 업소 중 꼬치를 재사용하지 않는 업소들의 신청을 받아 확인 절차를 거쳐 인증마크를 부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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