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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공공주택지구 철회 소송, 주민에 남은건 ‘소송비 폭탄’

등록 2022-12-20 05:00수정 2022-12-20 08:03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10번지 일대에 공공주택지구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김기성 기자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10번지 일대에 공공주택지구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김기성 기자

환경파괴와 교통난 등을 이유로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를 요구하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주민 수십명에게 억대의 소송 비용이 청구됐다. 주민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분위기를 띄웠던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이 소송 비용을 떠안게 되자 나 몰라라 한다며 배신감을 토로한다.

■ 분당 서현동 110번지

사건은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5월 서현동 110번지 일대 24만7631㎡를 ‘서현 공공주택지구’로 개발한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제안을 수용해 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분당 한복판에 자리잡은 이 땅은 30년 전 분당 개발 당시엔 포함되지 않아 농지와 임야 등으로 남아 있다. 엘에이치는 여기에 2029년까지 신혼희망타운과 행복주택 등 모두 1925가구의 공공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사업비는 5천억원이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해왔다. 개발 과정에서 도심의 청정지역이 훼손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이곳은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으면서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맹꽁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해 7월 주민 536명이 함께 국토부와 엘에이치를 상대로 ‘공공주택지구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1년4개월 넘게 진행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주민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법상 요구되는 추가적인 조사 및 검토를 누락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라는 공익을 대규모 주택공급이라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와 엘에이치는 항소했다. 지난 5월에 나온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의 판단은 달랐다.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주민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그 뒤 주민들이 상고를 했다가 지난 8월29일 취하했다.

■ 정치인은 쏙 빠지고…주민들만 소송비 폭탄

‘서현동 110번지 소송’은 진행 도중 국회의원 총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지역의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2020년 총선에 출마한 김은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를 비롯해 당시 야당 정치인들은 ‘서현동 개발 반대’ 공약을 내세웠다. 2심이 진행 중일 때는 국민의힘 소속의 안철수 의원(분당구갑)과 신상진 성남시장도 합세했다. 이들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 지지에 힘입어 모두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정치 바람을 우려한 소송단 참여자 가운데 27명이 1심 승소 뒤 소송 불참을 선언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공익을 위한 개발반대 운동이 일부 정치인의 사익에 봉사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송에 패소한 주민들에겐 작지 않은 소송 비용이 청구됐다. 1심 승소 뒤 소송 불참을 선언한 27명에게까지 2심까지의 소송 비용 1억569만원의 청구서가 지난 3일 전달됐다. 이들은 “2심부터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소송비 폭탄을 맞았다. 대법원 상고에 참여한 나머지 주민 509명도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며 “소송에는 원고 보조인 등의 명목으로 국민의힘 소속 시·도의원들이 참여했지만 이들은 비용 부담에선 쏙 빠졌다”고 주장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원고 쪽 변호사는 “1심 당사자는 자동으로 2심 소송 당사자가 되는 터라 2심까지의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주민들이 오해를 하는 듯하다”고 했다. 신상진 성남시장 쪽은 “주민들의 소송비 피해를 막기 위해 엘에이치 쪽에 소송비 청구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송에 앞장섰던 국민의힘 이영경 성남시의원은 대법원 상고 취하 이유에 대해 “정권이 바뀌어 서현지구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주민들의 뜻을 모아 (상고 취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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