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합숙소 건물. 일자 건물에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 구조다. 이승욱 기자
지난달 29일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있는 ‘영단주택 단지’. 이곳에는 한옥 형태의 임대주택과 조선인 합숙소가 있다. 1941년 경인기업㈜이 지었다. 8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일부 건축물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영단’은 1943년 이 건축물을 사들인 대한주택공사의 전신인 조선주택영단의 사명에서 따왔다.
이 주택단지의 독특함은 다른 조선인 노동자 대상 임대주택과 달리 한옥 단지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당시 일제의 내선일체 지침에 따라 대부분 임대주택은 일본식으로 지었지만 경인기업㈜은 온돌 구조의 전통 한옥으로 조성했다. 손민환 부평역사박물관 학예사는 <한겨레>와 만나 “1940년대 조성된 대형 임대주택 단지 중 국내 유일한 한옥 단지”라며 “조선인 건축가 2명이 주택을 설계했다고 들었지만, 한옥 설계 배경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선주택영단은 일본식 건물을 이 단지 내에 지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이곳은 올해 중 모두 철거된다. 지난해 5월 재개발 사업조합은 부평구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터다. 주민 상당수가 집을 떠났고, 빈집에는 출입 금지를 알리는 재개발 조합의 스티커가 붙었다. 재개발구역 주변에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에 따라 영단주택 단지는 문서 기록으로만 남을 전망이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지난해 현장조사를 거쳐 <산곡동 87번지, 부평 영단주택> 1·2권을 발간한 바 있다. 총서 1권은 영단주택의 역사·건축·실측·민속을, 2권은 구술·에세이·사진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조사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에 조병창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합숙소 존재를 확인한 성과도 있었다. 조성 이후 수차례 개량 과정을 거치면서 원형이 사라진 터라 해당 공간의 용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현장조사를 통해 그 실체가 확인됐다는 얘기다. 손 학예사는 “합숙소와 화장실, 목욕탕 등이 중앙 통로로 이어져 있어 비가 와도 중앙 통로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던 점이 특징”이라며 “실측 작업과 설계도를 비교해 없어진 줄 알았던 합숙소를 찾은 것이 이번 기록화 작업의 또 다른 성과”라고 했다.
경인기업㈜이 만든 조선인 노동자 대상 한옥 형태 임대주택. 인근 신축 아파트와 모습이 대비된다. 이승욱기자
일본식으로 지어진 조선주택영단의 임대주택. 확장 공사가 이뤄져 원형은 아니지만 높게 솟은 지붕에서 과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일본식 임대주택은 채광을 위해 지붕 등을 높게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욱 기자
조선인 합숙소 내부 모습. 일제강점기에 발간했던 신문임을 일본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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