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고향사랑기부제 농협 임직원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 제공
자신의 출생지 등 현재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이달 시행됐지만, 답례로 줄 마땅한 지역 특산품이 마땅찮은 서울 자치구들은 고민이 크다. 신당동 떡볶이, 왕십리 곱창, 마장동 쇠고기, 장수막걸리 등 특정 지역과 연관된 먹거리나 가공품은 있지만 이를 서울의 특산품으로 볼 수 있을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한겨레>가 4일 고향사랑기부제 누리집인 ‘고향사랑e음’에 접속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답례품을 살펴본 결과, 노원구와 성동구, 종로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아직 답례품을 올리지 않았다. 비수도권의 다른 지자체들이 많게는 40~50개 종류의 답례품을 선정해 누리집에 게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나마 노원구와 종로구는 지역상품권만 두 종류 올려둔 상태다. 자체 답례품을 개발해 올린 곳은 성동구뿐이다. 성동구는 성동문화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 입석 관람 쿠폰을 답례품으로 정했다. 8만 포인트로 책정된 이 쿠폰은 ‘기부액의 30% 안에서 답례품을 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27만원 이상을 기부하면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자치구들은 무엇을 특산품으로 볼 수 있을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에서 나는 특산품 자체가 희소한 탓이다. 성동구에선 마장동 쇠고기가 유명하지만, 마장동에선 직접 소를 키우지 않는다. 도축된 고기를 가져와 발골·가공 과정을 거치지만 원산지 문제가 논란이 일 수 있다. 서울시 고향사랑기부제 담당자는 “답례품을 정할 때 원산지의 50%가 해당 지역이면 좋겠다는 행정안전부의 권고가 있었다”며 “마장동 쇠고기는 답례품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수막걸리’처럼 브랜드 연고지가 서울이고, 본사도 서울에 있으나 공장 등 생산 시설이 다른 지역에 있는 경우도 서울 특산품으로 볼 수 있을지 모호하다. 게다가 전통주 이외의 주류는 배송을 금지한 현행법을 고려하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막걸리가 전통주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주관하는 행안부는 답례품의 범위를 엄격하게 규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형석 행안부 균형발전제도과장은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생산 기반을 두고 있는 상품을 특산품으로 본다”며 “제도 안착을 위해 답례품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을 보면 답례품은 ‘해당 지역에서 통용되는 유가증권(상품권)’과 ‘지역특산품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서 생산·제조된 물품’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자치구에서는 어떤 제품이 특산품에 해당하는지 확신이 없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자치구 고향사랑기부제 담당자는 “답례품은 답례품선정위원회에서 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답례품으로 적합하지 않을 경우 선정위원회와 지자체 책임이 된다”며 “원재료가 우리 관내에서 나오는지, 생산 공장은 어디 있는지 등 확인해야 할 내용이 많다. 답례품 선정이 복잡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자치구 담당자는 “서울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일단은 지역상품권만 올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지역상품권 먼저 올린 뒤 추후에 다른 답례품을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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