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수도권에서 경기도만 시내버스 요금이 비싸다.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200원 내려 1250원으로 조정하겠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해 6·1 지방선거 후보 때 내건 공약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이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 서울시와 인천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10일 경기도의 말을 종합하면, 2019년 경기도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 등의 이유로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올렸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은 성인 기준 교통카드 1450원, 현금 1500원으로, 서울보다 250원이 비싸졌다. 김 지사가 버스요금 인하 공약을 한 배경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고물가 등을 이유로 시내버스는 물론 지하철과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각 300원씩 올리기로 하면서 김 지사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서울시 계획대로 오는 4월 말 요금을 올리면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1500원으로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보다 50원 더 높아진다. 인천시도 버스 요금 인상을 저울질 중이다.
이런 까닭에 경기도는 지난 9일 선거 공약을 조정해 확정·발표한 ‘민선 8기 295개 공약 실천 과제’에 ‘시내버스 요금 200원 인하’ 공약은 구체적인 인하 폭은 빠진 채 ‘시내버스 요금 부담 완화’로 바꿔 담겼다. ‘200원 인하’ 공약을 사실상 철회한 셈이다.
인하 자체도 어렵다는 말이 경기도 내부에서 나온다.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대한 버스요금 지원책 등 인하에 준하는 혜택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일괄’ 인하 대신 특정 계층에 한정한 ‘부분’ 인하나 보조 방안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