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현(가명·30대 초반)씨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많다. 깨어 있는 시간엔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만 한다. 식사도 자주 거른다. 병원을 가거나, 배달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취업 실패, 가족과의 갈등을 겪으며 점점 주변 사람과 연락을 끊고, 홀로 방 안에만 틀어박히게 됐다. 우울증, 무기력증과 함께 불면증도 생겼다. 송씨는 “은둔을 하면서부터 갑자기 불면증이 심해졌다. 그 이후로 계속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며 “아무래도 제 미래가 불안하니까 계속 신경쓰고 불안감을 느껴서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송주현씨 같은 고립·은둔 청년이 13만명 정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의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 등이 이들을 고립·은둔 상태로 몰아간 원인이다. 서울시는 18일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의 4.5%는 고립·은둔 청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많게는 12만9천명 정도가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다는 뜻이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5~12월 서울에 사는 만 19~39살 청년 5513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나왔다. 서울시는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최근 한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으면서 집에서만 생활한 지 6개월이 넘은 경우를 ‘은둔’으로 정의했다.
고립·은둔의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 어려움’이 45.5%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 차례였다. 고립·은둔 청년의 55.6%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은둔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된 청년 비율도 28.5%에 달했다. ‘방에서 나오나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방에서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7.0%였다. 은둔이 처음 시작된 시기를 ‘만 20~24살’로 답한 비율이 39.0%로 가장 높았다. 은둔이 시작되는 평균 나이는 24.4살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은 서울시 청년 전체 평균보다 성인기 전후로 더 많은 부정적 경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지인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 등을 겪었고, 성인기 이후에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 했던 경험’(64.6%),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60.7%)을 안고 있었다. 고립·은둔 청년 10명 중 4~5명은 모든 상황에서 도움을 구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10명 중 7~8명은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의 물리적인 교류가 ‘전혀 없거나 1년에 한두번’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10명 중 8명은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3월 중 종합적인 지원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전문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토대로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마음건강 비전센터’(가칭)도 곧 문을 연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사자 중심의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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