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양대 노총에 “노동자복지관 사무실 이용료 내라”

다른 지방의회로 확산 관측도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시의회 제315회 정례회 제7차 본회의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소유 노동자복지관을 20년 넘게 위탁 운영해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역본부에 별도의 사무공간 사용료를 부과하는 조례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다른 지방의회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서울시의회 의안정보 누리집을 보면, 국민의힘 소속 김지향 시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 노동자복지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3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나온다. 이 개정안은 노동자복지관 사무실에 대한 이용 기준과 사용료 등을 서울시장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인 만큼, 이 조례안이 10일 열리는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취지는 서울시가 설치한 노동자복지시설 8곳 가운데 한국노총 서울본부가 운영 중인 노동자복지관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운영하는 강북노동자복지관에 들어선 노조 사무실에 사용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서울본부는 1992년부터,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2002년부터 해당 복지관을 운영해왔다. 이 개정안의 검토보고서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건립·운영하는 노동자복지시설은 별도의 관리지침 없이 수탁기관의 판단으로 운영돼왔다”며 조례 개정을 통한 관리지침 명문화를 요구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자복지관 2곳의 위·수탁협약이 갱신되는 올해 9월25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노동자복지시설 운영을 양대노총 지역본부에 위탁해온 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강원도에서 비슷한 갈등이 진행 중이다. 강원도는 원주근로자종합복지관에 사무실을 둔 민주노총 원주본부에 ‘공유재산을 무상 임대해줄 근거가 없다’며 지난해 원주시에 시정조처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에 운영을 위탁했고, 시설물 유지보수 외에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사무실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하는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외부 시각으로는 이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들에게 관리를 맡긴 것이다. 우리가 이들에게 별도로 지원하는 돈이 없는데 공간 사용료를 받기는 어려운 것”이라며 “이 시설이 노동 관련 시설이기 때문에 노동 관련 단체에 우선해서 위탁할 수 있게 규정이 운영 조례에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박수혁 이승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