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15회 정례회 제7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경과를 공개하는 학교에 교육감이 포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교육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학교서열화, 사교육 과열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10일 제316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재적의원 85명 가운데 찬성 56명, 반대 29명, 기권 0명으로 가결했다. 이 조례안은 교육감이 학교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고, 이를 공개하는 데 이바지하는 학교에 대해 포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서울 학생들은 학교장이 선택한 도구로 기초학력 진단을 받지만 결과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전원 국민의힘 시의원으로 구성된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학력향상 특위)에서 제안한 이 조례안은 국민의힘이 다수인 본회의를 손쉽게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례안 반대토론에 나섰으나 통과 저지에는 힘이 미치지 못했다.
교육시민단체와 야당은 이번 조례안 통과로 학교·지역별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며 반발한다. 조례안이 교육감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를 의무사항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진단 결과 공개와 학부모 민원이 압박으로 작용해 전국적으로 진단 결과를 공개하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와 전교조서울지부 등 교원단체 총 29개 단체가 참여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시험 결과 공개로 학교 서열화가 조장되고 사교육비가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에 조례안 재의결을 요구할지도 관심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8조는 교육감이 시·도의회 의결 사항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 의결사항을 이송받고 20일 이내에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기초학력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에) 기초학력보장법이나 시행령 등 관련 법령과 배치되는 내용이 있는지 법률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례 내용과 별개로 절차적 정당성도 논란이다. 학생, 학부모, 교육계, 시민사회 등이 참여해 논의하는 자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회 학력향상 특위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만 구성된 탓이다. 논란 가능성이 높은 조례안을 심의 의결하면서도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얘기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