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할 예정인 대관람차 ‘서울링’의 형태와 이름 등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대관람차 ‘아인 두바이’(폭 257m)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폭 180m의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을 상암동 하늘공원에 사업비 4000억원 규모 민간 투자사업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서울링을 대관람차의 일반적 형태인 바퀴살이 아니라 고리 모양으로 설계해 2025년 착공, 2027년 말 준공할 방침이다.
2000년 12월4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천년의 문’ 디자인. 화면 갈무리
사단법인 새건축사협의회는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서울링은) 지난 2000년 문화관광부가 설계 공모를 추진하고 건축사 사무소 ‘오퍼스’가 당선되어 실시 설계까지 완료한 ‘천년의 문’과 너무나도 유사하다”며 “‘서울링’과 ‘천년의 문’은 개념과 형태, 명칭, 심지어 건립 위치까지 비슷한데도, 서울시의 발표에는 ‘천년의 문’ 디자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명백히 저작권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이대로 건립이 된다면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현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021년 12월18일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을 보면, ‘천년의 문’은 ‘새천년과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서울 상암동 한강 변에 세우려던 세계 최초 원형 건축물로 서울의 고리(The Ring of Seoul)로 불렸다’. 또한 ‘직경 200m, 북녘땅 개성을 볼 수 있는 스카이 전망대와 원(圓)이 갖는 철학적 의미도 지니고 원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는 곤돌라는 세계 건축사의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무산됐다. 앞서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링’의 이름, 크기(폭 180m), 형태(바퀴살 없는 고리), 의미(남북 화합과 서울의 관문이자 순환 경제의 상징), 위치(상암동)가 유사하다.
2000년 12월4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천년의 문’ 디자인. 화면 갈무리
새건축사협의회는 ‘서울링’ 조성의 시대적 적합성에 대해선, “당시 첨단 기술을 반영했던 ‘천년의 문’ 건립이 무산되고 지난 20여년간 원형 고리 형태의 대형 상징물은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중국 푸순 등 많은 도시에서 이미 세워졌다”며 “이 시점에서 그다지 새롭지 않은 디자인을 통해 ‘서울의 관문이자 친환경 정책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라는 주장은 얼마나 공허한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링’ 건립 계획은 오히려 서울의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드는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어 “서울링 디자인을 일반적 대관람차, 타워형 대관람차, 살 없는(spokeless) 대관람차, 원형 건축물 및 상징물, ‘천년의 문’ 등 다양한 사례를 비교 참조해 예시도 형태로 제시한 것으로, 실제 구현될 디자인은 민간 제안을 받아봐야 확정된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