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동~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33번째 한강 다리의 이름을 놓고 이웃한 자치단체 사이의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부터 구리∼안성 고속도로를 건설 중인데, 이 다리는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구리시의회는 지난 27일 임시회를 열어 현재 한강 구간에 건설 중인 교량 이름을 ‘구리대교’로 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이 교량의 87% 이상이 구리시에 있기 때문에 ‘구리대교’로 이름 짓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부가 강동구에 있다고 그곳의 이름을 붙인다면 구리시민은 물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또 “이미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한강 교량 명칭을 ‘강동대교’로 사용하고 있다”며 “두 다리의 거리가 약 1㎞로 가까운 만큼 형평성을 고려해 이번에 신설될 33번째 한강 교량 명칭은 ‘구리대교’로 명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회는 이 건의문을 국회와 국무총리실, 국가지명위원회, 경기도, 한국도로공사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백경현 경기도 구리시장이 한강을 가로지르는 새 다리 이름을 ‘구리대교’로 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범시민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구리시 제공.
하지만, 이보다 앞서 이수희 서울 강동구청장은 지난 22일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만나 해당 다리의 이름을 ‘고덕대교’로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나들목도 ‘고덕’을 붙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 청장은 “지난해 명칭 제정 서명운동에 강동구민 7만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이들의 염원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동구는 이와 함께 “공사 시행 초기부터 ‘고덕대교’라는 명칭이 사용돼왔다. 그런데 완공 뒤 ‘구리대교’라고 할 경우 1.5㎞ 이내에 ‘구리암사대교’가 있어 이용자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며 새 다리의 이름을 ‘고덕대교’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구리시와 강동구는 지난해부터 자신들의 지명으로 이름 지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다리 이름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들은 뒤 6월 국가지명위원회를 열어 이 다리 이름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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