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동행주택 1호 공사 전(왼쪽)과 후의 모습. 서울시 제공
지적 장애인 ㄱ씨의 집은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안쪽에 온통 물이 들어찼다. 마룻바닥은 썩고 가재도구도 모두 물에 젖었다. 집을 따로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주거안심동행 민관협력 사업을 통해 물막이판, 물막이턱을 설치하고 집도 안전하게 수리했다.
청각·지체장애를 가진 아내와 반지하에서 16년째 사는 뇌병변 장애인 ㄴ씨도 이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집에 빗물이 들이차면 통유리로 된 거실 창문을 뚫고 대피할 수 있을지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한쪽 다리가 짧은 아내는 방 문턱 때문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보조기구를 착용해야만 했다. ‘안심동행주택’ 2호에 선정된 뒤 근심을 덜었다. 통유리는 미닫이 창문으로 바뀌었다. 문턱도 없애고 안전손잡이도 설치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안심동행주택’ 시범사업 결과다. 서울시는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는 반지하 등 열악한 주택을 발굴해 한국해비타트, 대우건설 등과 함께 집수리를 지원해왔다. 지원 가구는 침수피해를 입었거나 침수위험이 큰 가구를 추려낸 뒤 거주자 면담과 현장조사를 거쳐 선정됐다.
2일엔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안심동행주택’ 9호 집들이 행사가 열렸다.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6개월 동안 총 9곳의 반지하 가구에서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안심동행주택’ 9호에 거주해 온 지적장애인 ㄷ씨는 여든의 노모와 단둘이 반지하에 사는데, 바닥에 온통 곰팡이가 생길 정도로 방습상태가 좋지 않았다. 서울시는 바닥 철거, 단열·배관 공사, 이중 창호·환기설비 설치 등 전면 공사를 진행했다. 중증 장애인과 노인이 함께 거주하는 점을 고려해 위급상황을 조기에 알려주는 경보시설도 설치했다.
시는 이달까지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6월부터 ‘주거약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민관협력 사업’ 본격 추진에 나선다. 장애인이 거주하는 반지하 주택을 포함해, 침수·화재 등 비상시 즉각 탈출이 어려운 노인·아동 거주 반지하 주택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또 지역사회 상황에 밝은 자치구의 추천을 함께 받아 지원 가구를 선정할 계획이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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